KDB생명은 올해 안에 최대 2400억 원을 포함해 내년까지 총 50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KDB생명의 자본 확충 추진을 매각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자본을 늘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을 관리해놔야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해석이다. KDB생명은 올해 9월과 10월에 각각 1000억 원과 4000억 원의 후순위채 만기가 돌아온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KDB생명보험 본사 전경.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기업공개와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준필 기자
1분기 당기순이익도 9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처럼 KDB생명이 경영정상화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기업공개(IPO)와 매각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세 차례 매각 작업을 진행했지만, 매각 가격 차이 등의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흥행하는 등 보험사 M&A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KDB생명도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은 오렌지라이프와 롯데손보처럼 사모펀드(PEF)가 인수자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직 주관사 선정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경영정상화 속도가 빠른 만큼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몸값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KDB생명의 인수와 증자 등에 투입한 자금이 1조 3000억 원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이 본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려고 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투자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재매각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은 안방그룹이 최근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매각을 마무리한 만큼 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만큼 중국 당국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다.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창업주의 사기·횡령 혐의와 보험업법 위반으로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을 맡았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의 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은 탓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어 자본 확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548억 원으로 전년(1900억 원) 대비 71.2%(1352억 원) 감소했다. 매출액(수입보험료)은 7조 1397억 원에서 5조 7869억 원으로 18.9%(1조 3528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 또한 726억 원으로 전년(2466억 원) 대비 70.6%(1740억 원) 감소했다.
중국안방보험이 ‘오너리스크’에 빠지면서 동양생명의 재매각설이 힘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반응은 냉랭하다. 안방보험그룹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상대로 이미 매각을 위한 사전 탐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안방보험 측이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로 주인이 바뀐 MG손보도 경영난에 시달리며 재매각설이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MG손보에 경영개선명령 사전 예고장을 보냈다. 5월 말까지 2400억 원을 유상증자하겠다던 경영개선 계획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MG손보는 실적 악화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자 금융위로부터 2018년 5월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받고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 조건부 승인받았다.
그해 9월까지 지급여력비율(RBC) 100% 이상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10월에 2단계인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았다. 이후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도 올해 1월 불승인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5월 31일까지 2400억 원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4월 3일에 승인을 받아냈지만 또 다시 증자에 실패한 것이다.
MG손보는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금융위는 의견서 검토 등을 거쳐 오는 26일 정례회의에서 MG손보에 경영개선명령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정례회의 전까지 자본금 수혈이 이뤄진다면 실제 경영개선명령이 이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대주주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14일 이사회에 MG손보에 300억 원을 증자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변이 없는 한 안건은 통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영업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자본 확충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점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인지도와 설계사 등의 경쟁력을 볼 때 MG손보의 영업력은 사실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은 다시 내놓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