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6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차기 검찰총장을 둘러싼 갖가지 예측이 난무한 가운데 인사 검증 대상이 8명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8명 가운데 유력한 것으로 꼽히는 것은 3~4명 정도다. 2~3일 단위로 낙점 순위가 조금씩 뒤섞이는 분위기지만 1, 2위는 굳혀졌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초 유력하게 언급된 인사들이 있었지만 수사권 조정이 변수가 되면서, 순위가 다소 바뀌었다. 특히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은 청와대가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반기를 드는 총장을 앉히지는 않겠다는 의지에 더 힘이 실린 것인데, 자연스레 기수와 서열보다는 ‘수사권 조정’으로 대변되는 검찰 개혁 의지가 차기 총장의 최대 자격 요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경찰이 검증에 나선 대상은 봉욱 대검찰청 차장, 이금로 수원고검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의중이 압축된 결과인데, 이 가운대 가장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이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임준선 기자
#기수에서 ‘충성심’으로 포커스 이동
당초 유력하게 언급됐던 이는 이금로 수원고검장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수(사법연수원 18기)를 감안할 때, 19기와 20기 중 고르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 청와대는 연수원 19기 4명(봉욱·조은석·조희진·황철규), 20기 3명(김오수·김호철·이금로), 23기 1명(윤석열)을 후보로 인정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8명 가운데 봉 차장과 김 차관, 이 고검장, 윤 지검장 네 명을 그 중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5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힘을 받았던 것은 20기의 김오수 차관과 이금로 고검장. 한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충청 홀대론이 있었는데, 이금로 고검장이 충북 출신(증평)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고, 문무일 총장(광주)에 이어 또 전남 출신(김오수 차관)에게 총장 자리가 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며 “새로 신설된 수원고검장으로 임명되면서 총장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미 금융감독원장 제의를 거절하며 검찰총장 레이스 승부를 선언했던 김오수 차관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변수가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출장 중 귀국해서 기자회견 등을 자청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충성심이 가장 중요한 차기 총장 후보의 덕목으로 떠올랐다.
청와대 흐름에 밝은 검찰 출신 법조인은 “차기 총장 후보들한테 충성 서약을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원래 정권과 친분이 있던 김오수 차관이 더 많이 이름이 나오게 됐고, 자연스레 기획통 출신의 이 고검장은 충성도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고 평했다. “여당과 청와대 민정 라인이 김오수 차관을 밀고 있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올 정도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이종현 기자
#변수는 대통령의 의중 “그래도 윤석열이 좋은데”
하지만 변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윤석열 지검장’이라는 분위기가 생성된 것.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송인택 울산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까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불가론을 외치자, 검찰 개혁뿐 아니라 검찰 주요 보직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못할 게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그래도 윤석열 지검장이 믿음직스럽지 않냐”며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총장에 오른다면 19~23기까지 상당수 검찰 요직 인사들이 옷을 벗어야 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윤 지검장이 기수는 어리지만 늦게 사법고시를 패스해 나이는 이미 다른 후보들보다 많다”며 “윤 지검장을 선택한다고 해도 앞선 19~23기가 꼭 모두 옷을 벗고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이 4기수를 건너뛰고 된 적은 전례가 없지만, 넘버투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사장도 아니었던 윤석열 지검장을 앉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을 감안할 때 새로운 방식의 인사 시스템 정립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검사들에게 리더십이나 능력을 인정받는 점도 윤 지검장이 힘을 받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앞선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지금 청와대는 검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으면서, 동시에 검찰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는 총장이 필요하다”며 “검사들의 존경만 따지만 윤 지검장이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봉욱 대검찰청 차장과 이금로 수원고검장. 임준선 기자
하지만 또 다른 변수는 청와대 핵심 실세들의 의중이다. 최근에는 이금로 고검장 대신 봉욱 대검차장이 새롭게 언급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19기로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가산점을 받은 것인데, 김오수 차관, 윤석열 지검장이 레이스를 앞서가는 가운데 봉욱 차장과 이금로 고검장이 뒤쫓는 모양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최근 이들과 식사를 할 자리가 있었는데 앞에서는 ‘부족한데 내가 될 수 있겠냐’고 하면서도 총장 인사 때 문제가 될 수 있을까봐 밥값도 철저하게 더치로 각자 계산하더라”고 귀띔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것은 7월 24일.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 5월 10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서둘러 구성했다. 검찰총장 내정자의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가량 빠르게 서두르고 있는 셈이다.
서환한 객원기자
차기 총장 부담 큰 까닭 별 문제가 없다면 오는 7월 말부터 임기 2년의 총장직을 시작해야 하는 차기 총장. 역할은 앞선 문무일 총장보다 더 무겁다. 임기를 모두 채운다는 전제 하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우선 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문제는 검사들과 여론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총선을 치르면서 뒤숭숭해질 수 있는 분위기 속에 문재인 정부 레임덕 역시 잘 해결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다. 문재인 정부 5년 차를 함께 해야 하는 차기 총장은 문재인 정부 핵심 내부에서 비롯될 각종 비리 사건들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자칫 정권의 뇌관을 건드리는 경우라도 발생한다면, 20년 집권론으로 대표되는 여권의 목표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정권 차원에선 마지막 총장은 그 누구보다 ‘믿을맨’이 되어야 한다. 앞선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그래서 높은 수준의 충성 서약을 요구하고 있고, 마지막까지도 여러 후보들의 얘기가 계속 회자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충성심만 보고 능력을 크게 따지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충성심만큼이나 능력도 가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