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는 수년간 급증하는 홈런수에 공인구 반발계수를 향한 의심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KBO 리그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역시 공인구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KBO 리그보다 반발계수가 낮은 공을 써온 미국에서도 홈런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17년 역대 최초로 6000개를 넘는 홈런(6105개)이 터졌고, 2016년과 2018년에도 각각 5610개와 5585개의 홈런쇼가 이어졌다. 올해 역시 5월까지 각 구단에서 홈런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면서 “수치상으로는 2017년보다 더 많은 홈런이 터질 수 있다”는 예측이 등장했다. 미네소타, 밀워키, 시애틀은 아예 올시즌 팀 홈런 예상 페이스가 300개에 육박한다. 참고로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은 지난해 뉴욕 양키스가 기록한 267개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일부 투수들은 수 년 째 “아무래도 공인구 반발력이 수상하다”고 수군거리고 있다. 공 자체를 예전 공인구와 달리 아주 단단하게 만들고, 손가락으로 낚아채기 어렵게 실밥을 공 표면에 깊게 박아 넣으면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8월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로 홈런 급증 원인을 찾아낼 독립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끝에 “공의 제작과정이나 완성품 자체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종 보고서에 “야구공의 공기역학적 특성 변화로 공이 좀 더 멀리 날아갔다”고 진단했을 뿐 “공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밝혀낼 수 없었다”고 썼다.
문제는 지난 4월 NBC스포츠에서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똑같이 사용하기 시작한 트리플A 홈런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다”며 “30개 트리플A 구단 가운데 26개 팀 홈런 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 확실시 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코스타리카에서 제조하고 마이너리그 공인구는 중국에서 만드는데, 메이저리그 공이 코르크 심에 실을 더 팽팽하게 감아 단단하고, 실밥도 낮아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뒤를 이어 선수, 스카우트, 심판을 비롯한 다양한 야구 관계자들의 관련 인터뷰를 실은 특집 기사도 게재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스테로이드 시대’에 사용한 약물보다 지금의 공이 더 수상하다”고 답변했다.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는 “너무 명확한 문제이니 빨리 실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J. A. 햅(뉴욕 양키스)은 “타자들의 노력과 파워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홈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홈런이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타자 스스로 외야 플라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숙였던 타구조차 펜스를 넘어간다는 얘기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와 관련해 “야구공을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일부 오차가 있을 뿐 반발력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다시 한 번 해명했다. 하지만 투수들은 여전히 “메이저리그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좋아하는 젊은 팬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반발력을 높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래저래 홈런은 많이 나와도 문제, 적게 나와도 문제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