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과 2일 연이어 1, 2회가 방송된 직후 ‘아스달 연대기’를 향한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나뉘고 있다. 아직 2회 분량이 공개됐을 뿐이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오를 대로 오른 기대치 때문일까, 작품 완성도가 기대보다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형성되고 있다. 방대한 설정으로 채워진 드라마의 세계관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시청자는 인기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흡사한 설정과 비주얼을 문제 삼기도 한다.
그렇다고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1회 방송에서 6.7%(닐슨코리아)로 나타난 시청률이 2회에서는 7.4%로 소폭 상승했고, 송중기와 김지원 등 주요 출연진이 비로소 등장하면서 시청자 집중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사회와 농경사회를 거쳐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이 신화적인 소재를 통해 그려질 것으로 예고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사진 출처 = tvN ‘아스달 연대기’ 홈페이지
‘아스달 연대기’가 방송하고 난 뒤 먼저 눈에 띈 상황은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주가 하락이다. 앞서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단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스튜디오드래곤은 시가총액 2조 원대의 ‘콘텐츠 공룡주’로도 인정받아왔다.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아스달 연대기’ 제작에도 과감하게 나섰지만 드라마 방송 직후, 예상과 달리 스튜디오드래곤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을 맞았다.
실제로 ‘아스달 연대기’가 1일과 2일 방영된 후 첫 거래일인 3일 스튜디오드래곤은 전 거래일보다 9.35% 떨어진 6만 6900원에 마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모기업인 CJ ENM 역시 2.14% 하락했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아스달 연대기’가 시청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여파다.
‘아스달 연대기’는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등 드라마를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6~7년 전부터 기획한 판타지 서사극이다. 총 18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는 3가지 파트로 구성, 각각 6부작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파트 1, 2는 연속해 12부로 방송되고 이후 파트3에 해당하는 6부는 하반기 방송한다. 이런 독특한 시즌 구성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해 넷플릭스 등이 시도하는 드라마 기획을 차용한 시도다.
새로운 도전에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9개월간의 촬영 대장정을 진행해왔다. 상고시대가 배경인 만큼 드라마에 적합한 야외세트 마련은 물론 브루나이에서 대규모 해외 로케도 병행했다. 혹독한 촬영 과정에 난항도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이었다. 이와 관련한 잡음은 외부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가 4월 10일 스튜디어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한 것.
스태프들은 ‘아스달 연대기’ 촬영 현장에서 ‘주66시간’ 가이드라인이 수시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브루나이 로케 당시 최장 7일간 151시간 30분간 휴일 없이 연속 노동에 강제 투입됐다고도 말했다. 드라마 방송 전부터 불거진 논란은 작품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아스달 연대기’ 방송과 함께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악의적인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 tvN ‘아스달 연대기’ 홈페이지
호평보다 논란이 먼저 퍼졌다고 해서 ‘아스달 연대기’를 향한 기대를 전부 거두기는 어렵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스태프 처우 문제와 관련해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하면서 논란은 차츰 잦아들었고, 하락한 주가도 회복세에 접어든 점도 눈에 띈다.
드라마 완성도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제작진은 드라마의 세계관을 소개하는 1, 2부의 내용이 다소 난해하다는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2부까지만 일단 봐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3부부터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돼, 시청자에 다가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껏 없던 드라마,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시청자에 선사한다는 자신감은 배우들도 갖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예언자 은섬 역을 맡은 송중기는 “지금껏 해온 연기활동 가운데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2016년 KBS 2TV ‘태양의 후예’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나선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이라며 “결혼하고 마음이 안정된 것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아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아스달 연대기’가 담은 고대의 이야기는 지극히 한국적인 스토리이지만 세계 어느 시청자가 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느 시대에나 있을 법한 정치, 종교, 사회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라는 이유에서다. 장동건도 마찬가지다. 7년 전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고시 아사달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는 그는 ‘아스달 연대기’로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하지만 그보다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를 향한 신뢰에서 나온다. ‘미생’을 시작으로 ‘시그널’ ‘나의 아저씨’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인간미 넘치는 인물을 그려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담아온 김원석 PD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판타지 서사극에 처음 도전한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연출을 향한 시청자의 기대 속에 ‘아스달 연대기’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