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당시 삼성물산 본사. 최준필 기자
실제 제일모직과 합병이 발표되기 전인 2015년 1~6월 삼성물산의 매출액은 12조 3813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13조 9141억 원) 대비 1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56억 원으로 전년 동기(2749억 원) 대비 25%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1245억 원으로 전년 동기(2607억 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쟁사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이 같은 기간 각각 9.57%, 1.28%, 9% 매출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부문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와 함께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 들어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에 들어갔는데, 그 일환으로 그룹이 주택부문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매각설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주택사업 매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신규 수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축소 경영’을 하는 모습에 대해서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영진이 주택사업에서는 저가수주, 과당경쟁, 불법입찰 등 세 가지를 하지 않는 ‘3불 원칙’이 기본이라고 밝히며 향후 공격적 수주에 나서지 않겠다는 경영전략 방향을 설정했다. 그 방침에 따라 경영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 역시 “대기업의 경우 그룹 내에서 소화하는 건설 물량도 상당하기에 건설 계열사는 매각하지 않고 갖고 있으려 한다”며 매각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매각설에 휘말렸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들어 재건축 사업에도 나서는 등 다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어 관심을 모았다. 삼성물산이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것은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 최근 삼성물산의 4년 전 수주 축소 경영이 그룹 승계작업과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 부풀리기를 하고, 반대로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내 주택사업뿐 아니라 국외 사업도 회사 가치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외에서 진행하는 건설사업 일부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겼다. 또 회사에 호재가 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 사실을 합병 전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조 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에 대한 제한적 착수지시서(LNTP)를 2015년 5월 13일 수주하고도, 공시하지 않고 있다가 그해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되고 열흘 후인 28일 공개했다는 것이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고성준 기자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압수수색해 실적 축소와 주식 매도가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이뤄졌는지 확인 중에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또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고의적인 사업실적 낮추기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경영진의 배임 혐의로 큰 손해를 본 것이 된다. 추후 회사와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의 이러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은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민변의 문제제기가 타당한 근거를 가진 지적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추후 움직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상황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현재 제기되는 의혹처럼 당시 주택사업 수주에 의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분양을 적게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수주 공시 지연 의혹에 대해서는 “LNTP는 수주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시 의무가 없다”며 “수주 확정을 의미하는 낙찰통시서 수령 후 7월 28일 공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핵심은 삼바 너머 전자…‘윗선’ 향한 수사 계속 지난 5월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김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에는 삼성그룹 윗선으로 향하는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대로 법원이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의 주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이 아닌 그룹 윗선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대표와 같은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전자 김 아무개 사업지원TF 부사장, 인사팀 박 아무개 부사장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 이어 지난 5일에는 안 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이 아무개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도 구속됐다. 이 부사장의 경우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린다.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삼성전자 사업지원TF나 재무·인사를 담당하는 임원들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며 “이는 법원이 의사결정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사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 남은 ‘윗선’은 이재용 부회장밖에 없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