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LG가 3세 구본현 씨는 통신업체 모다와 그 자회사인 모바일게임 개발 업체 파티게임즈를 무자본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하고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파티게임즈 홈페이지 캡처 화면.
구 씨가 두 회사를 장악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씨와 그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 아무개 씨, 최 아무개 씨 등 전 모다 회장단은 페이퍼컴퍼니 (주)대신에셋파트너스를 통해 모다 지분을 확보한다. 2016년 2월 12일 설립된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설립 직후인 2016년 2월 18일 모다 지분 11.05%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모다를 인수한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모다의 자회사 등을 활용해 파티게임즈의 지분 및 경영권을 무자본 인수했다. (주)대신에셋파트너스의 ‘무자본 인수’를 가능케 했던 것은 모다의 FI(재무적투자자)였던 신밧드인베스트먼트다.
먼저 모다는 당시 손자회사였던 (주)아이엠아이를 통해 신밧드인베스트먼트에 자금을 대여하도록 했다. 신밧드인베스트먼트는 해당 자금으로 파티게임즈의 지분을 인수한다. 신밧드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12월 파티게임즈 창업자 이대형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들의 지분 12.08%를 인수해 파티게임즈 최대주주가 됐다.
파티게임즈의 경영권을 확보한 모다는 2017년 3월 13일 파티게임즈로 하여금 당시 파티게임즈 자산총액의 약 30%에 달하는 200억 원 규모의 특정신탁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당시 파티게임즈는 해당 신탁금이 어디에 투입되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해당 내용은 공시되지 않았다. 또 2017년 5월 10일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발행한 800억 원 규모의 파생결합증권(DLS 증권)을 취득하게 했다. 이 또한 공시되지 않았고, 증권 내용에 대해서도 파티게임즈 및 개인투자자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 같은 내용은 2017년 8월 14일 공시된 파티게임즈 반기보고서에서야 드러난다. 공시에서 특정신탁계약 관련 내용에 대해 ‘(주)모다가 발행한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77억 원 및 비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168억 원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콜든키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에 19,898백만 원을 투자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파티게임즈가 체결한 신탁이 다름아닌 (주)모다에서 발행했던 것이다.
또 파생결합증권에 대해서는 ‘2017년 5월 10일자 이사회 결의에 따라 (주)모다가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로부터 차입한 80,000백만 원을 준거채무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을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로부터 80,000백만 원에 취득하였습니다’라고 명시됐다. 다시 말해 파티게임즈가 취득한 파생결합증권 역시 (주)모다의 준거채무였던 것이다. 더욱이 해당 증권은 원리금 비보장형으로 채무불이행 등의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손실위험을 파티게임즈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성이 큰 상품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모다는 2017년 5월 11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주금납입 확인에 따라 파티게임즈 지분 49.8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리해보면 모다는 자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 파티게임즈에서 대여한 자금과 신용공여를 이용해 파티게임즈를 인수한 셈이다. 모다가 파티게임즈를 무자본 인수하면서 구 씨→(주)대신에셋파트너스→모다→파티게임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파티게임즈를 장악한 구 씨 일당은 자신의 페이퍼컴퍼니인 (주)대신에셋파트너스를 위한 담보제공 및 연대보증에 파티게임즈를 활용한다. 또 자신의 다른 페이퍼컴퍼니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로 사익을 챙긴다.
모다는 2017년 10월 30일 이사회 결의도 없이 주식회사 쌍방울에 대한 (주)대신에셋파트너스의 채무 40억 원에 대한 담보로 파티게임즈 자회사 바이오제닉스코리아의 지분 12만 주를 제공하고, 추가로 30억 원에 대한 연대보증 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이사회 결의 없이 진행됐으며 공시되지도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 개시가 공시된 2018년 9월 21일에야 함께 게재된 파티게임즈의 정정 감사보고서 공시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
파티게임즈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영자문수수료를 특수관계자인 (주)대신피이아이 1호와 (주)더에스피씨에 지급하고, 회사의 특수관계자인 (주)카이인베스트먼트가 외부에서 취득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을 우회거래를 통해 고가로 취득한 사실도 드러났다. 파티게임즈는 (주)대신피이아이 1호와 (주)더에스피씨에 각 9억 원을, (주)카이인베스트먼트에 4억 원의 경영자문수수료를 지급했다.
(주)대신피이아이 1호와 (주)더에스피씨, (주)카이인베스트먼트는 구 씨 일당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주)더에스피씨의 과거 채용공고에서는 구 씨와 함께 (주)대신에셋파트너스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던 장 아무개 씨가 사장으로, 구 씨와 공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모다 회장단 이 아무개 씨가 감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씨는 (주)카이인베스트먼트와 (주)더에스피씨 법인등기부에도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구 씨 일당의 무자본 인수와 배임·횡령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구 씨와 전 모다 경영진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신앤유의 김길영 변호사는 “파티게임즈가 최대주주 모다를 위해 자산총액을 상회하는 자금을 제공하거나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대여 등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및 공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시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채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직전까지 보도자료, 기업 IR 등을 통한 투자 유치 활동에만 매진해 개인투자자들은 회사가 외부에 알린 허위정보를 토대로 주식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안에서 곪는데 증권사는 “강력매수” 모다와 파티게임즈 투자자들은 두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로 치닫는 동안에도 회사는 제대로 공시를 하지 않았고, 일부 증권사는 매수를 권유하는 리포트를 냈다고 억울해 한다. 한 개인투자자는 “회사가 구 씨의 자금줄로 이용되는 동안 증권사들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등 매수 의견을 밝히거나 추천 리포트를 냈다”며 “스몰캡(중소형주) 분야에서 대부분 그다지 비판적인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목표가가 거래가격보다 50% 이상 높아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증권사는 2017년 말께 ‘내년을 가장 빛낼 종목 10개’ 가운데 하나로 파티게임즈를 선정했다. 다른 증권사도 파티게임즈에 대해 매수를 추천하는 리포트를 냈다. 파티게임즈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이 2018년 3월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를 키운 셈이다. 모다와 파티게임즈 상황에 정통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던 기업을 추천한 리포트가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공시와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외부에 나온 자료를 보고 평가했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알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