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출신 병사, 일반 병사보다 최대 2배 이상 휴가 받아…비결은 행사
‘일요신문’이 조사한 연예인 병사는 배우 강하늘, 배우 고경표, 그룹 슈퍼주니어의 려욱(본명 김려욱), 배우 김수현, 배우 도상우, 보이그룹 초신성 출신의 배우 박건일, 그룹 빅뱅의 대성(본명 강대성),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태양(본명 동영배), 배우 주원(본명 문주원), 그룹 2pm의 택연(본명 옥택연), 배우 이장우, 랩퍼 빈지노(본명 임성빈),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과 황광희, 배우 지창욱 등 16명이다. 모두 2016~2018년에 입대했다.
‘일요신문’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들 16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 휴가일수보다 많은 휴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일반 육군 병사의 평균 휴가일수는 59일이다. 반면 연예인 출신 병사 가운데 100일 이상 휴가를 받은 사람은 4명이었다. 비교적 최근 입대한 5명이 아직 전역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일 이상 휴가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휴가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제공한 휴가규정에 따르면 휴가의 종류는 통상적으로 연가, 포상휴가, 위로휴가, 보상휴가, 청원휴가, 공가 등 총 6가지다. 연가의 경우 21개월 기준 28일이 최대일수다. 본지가 조사한 16명의 연예인 병사 가운데 28일 미만의 연가를 받은 사람은 10명이었다. 이들은 왜 당연히 주어지는 연가를 받지 못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국방부는 “연가를 28일 미만으로 실시한 인원은 징계로 인한 휴가 제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미전역자 5명을 모두 포함한다고 해도 최소 5명이 징계를 받은 셈이다.
이처럼 징계로 연가 28일을 못채운 것으로 파악된 연예인 병사들도 전체 휴가 일수는 일반 병사를 압도했다. 연가는 19일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전체 휴가 일수가 109일이나 되는 연예인 병사도 있고 연가를 24일 사용했지만 전체 휴가일수가 105일이나 되는 연예인 병사도 있었다. 뭔가 징계를 받아 연가조차 제한된 병사지만 둘 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위로휴가를 40일 이상 받은 탓이다.
또한 정해진 규정보다 많은 포상휴가를 나온 사람도 6명이나 됐다. 포상휴가의 경우 21개월 기준 최대 허용일수는 18일이다. 하지만 장성급 지휘관 표창과 허가권자 허락이 있다면 5일 범위 내에서 추가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16명의 연예인 병사 가운데에는 무려 45일의 포상 휴가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연예인 병사들의 평균 휴가일수가 늘어난 비결은 바로 위로휴가였다. 위로휴가의 경우 최대 허용일수가 없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한 번에 7일 이내로 휴가를 나올 수 있다. 본지가 조사한 연예인 병사들 역시 위로휴가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로휴가를 받을 수 있는 주된 방법은 행사에 동원되는 것이다. 실제로 4명의 연예인 병사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지상군 페스티벌 등 군대 내 행사에 동원되는 대가로 40일부터 최대 51일까지의 휴가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문서를 통해 “신병위로 휴가, 신흥무관학교 뮤지컬, 평창 동계올림픽 등의 행사에 동원된 병사들에게 위로휴가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연예인이 행사를 뛰면 행사비를 받듯이 연예인 병사들은 군대 내에서 행사를 뛰고 행사비로 휴가를 지급받아온 셈이다.
한편 16명 가운데 가장 많은 휴가를 받은 사람은 연예인 A 씨였다. 올해 전역한 A 씨는 연가 28일, 포상휴가 18일, 위로휴가 51일, 보상휴가 14일, 진료를 목적으로 한 청원휴가 12일 등을 포함해 총 123일의 휴가를 나왔다. 전체 625일의 군복무 기간 중 약 20%를 영외에서 보낸 셈이다.
# 연예병사, 연예의경 폐지만이 답은 아니다
2013년 군 복무 당시 안마방 출입으로 물의를 빚은 가수 세븐 사진=연합뉴스
연예인 병사 특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연예병사 제도가 있었을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른바 연예병사 제도로 알려진 국방홍보원 소속 홍보지원대는 1997년 국방 홍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연예인 출신 군인들에게 특혜만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 세븐(본명 최동욱)의 공이 컸다. 2012년 군 복무를 한 비는 일반 병사에 비해 많은 휴가를 받아 특혜 논란을 빚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수 세븐의 ‘안마방 출입 사건’이 터지면서 연예병사 제도는 2013년 폐지됐다.
연예병사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특혜 논란이 휩싸였다. 최근에는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50일 이상의 연가와 병가를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뒤이어 같은 그룹의 멤버 탑(본명 최승현)도 일반 사회복무요원보다 3배 많은 병가를 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전 육군 관계자는“제도 폐지가 핵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연예병사가 폐지된 이후에도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연예인들의 군 특혜 논란을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일반 병사에 비해 여전히 많은 휴가를 받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군 행사에 자주 동원되곤 하는데 행사 하나 뛰고 나면 일반인은 받을 수 없는 휴가를 받는다. 연예활동도 하면서 휴가도 나가는 모습이 일반 병사 입장에서는 특혜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