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위원회 회의 장면. 사진 청와대 제공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임무를 맡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업무추진비(업추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제1호 업무지시로 만든 조직이다. 위원장은 상징적으로 문 대통령 본인이 맡았고 실무는 부위원장들이 챙기는 구조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나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업추비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 후 20일 안에 해당 기관은 정보를 공개하든지 비공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일자리위원회는 비공개 사유도 제시하지 않고 정보공개를 회피했다.
일자리위원회 측 관계자는 “위에서 (공개)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1년 가까이 요청을 묵살했다.
관계자는 “부위원장 업추비 사용내역에 문제가 있어 공개를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도 왜 공개를 안 하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버티던 일자리위원회 측이 자료를 공개한 것은 지난 5월 28일이다. 본지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공개를 회피하는 것은 징계사유라는 자문을 받았다. 자문내용을 토대로 ‘정보공개를 계속 거부할 경우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제야 일자리위원회는 부위원장 업추비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사용한 업추비 내역을 살펴봤다. 업추비 집행기준에 따르면 주말 및 공휴일 사용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불가피하게 사용할 시에는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부위원장들이 주말 및 공휴일에 사용한 업추비 내역만 29건에 달했다. 총 사용금액은 482만 원이다. 1건당 평균 사용금액은 16만 6000원가량이었다. 사용명목은 모두 간담회였다.
초대 이용섭 부위원장은 주말 및 공휴일에 업추비 16건을 사용했고, 후임 이목희 부위원장은 13건 사용했다.
이목희 부위원장(278만 5899원)은 이용섭 전 부위원장(203만 6800원)보다 사용건수는 더 적었지만 사용액수는 더 많았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2017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도 간담회를 열었다며 업추비 22만 7800원을 사용했다.
주말 및 공휴일 근무 증빙자료가 있는지 문의하자 일자리위원회 측은 “부위원장은 공무원이 아니라 외부 위촉직이다. 휴일근무명령서 등을 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신 일자리위원회 측은 주말 및 공휴일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정리해 보내왔다.
2017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질개선 방안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6월 6일 현충일에는 ‘운수업계 일자리 관련 회의’를 열었고, 2017년 8월 15일 광복절에는 ‘YTN 생방송 관련 논의’를 했다고 알려왔다.
이외에도 일자리위원회 측은 주말 및 공휴일에 노동현황 분석 및 토의를 하거나 인터뷰 관련 피드백 회의, 일자리 현안 논의, 일자리 현안 진단 논의, 지역 일자리 활성화 방안 협의, 고용서비스혁신방안 협의, WC채용박람회 논의, 국회 업무 협의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적으로 사용한 내역은 없다고 했지만 다소 구체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일자리위원회 측은 지난해 7월 28일 토요일 오후 4시경 커피전문점에서 1만 8900원을 결제한 내역도 청년일자리 창출 논의를 위한 지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 측은 “일자리위원회가 당시 처음 생긴 조직이라 기초를 다지기 위해 쉬는 날에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사적으로 사용한 내역은 없다”고 했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낸 다음 날에도 간담회 명목으로 41만 7800원을 사용했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지난 2018년 2월 7일 사직서를 냈다. 일자리위원회 측은 “실제 사직 처리가 된 날은 2월 9일이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업추비 사용내역은 대부분 식사비용이었다. 일부 호텔 등에서 사용된 내역도 있었지만 일자리위원회 측은 “호텔 음식점에서 사용한 내역”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호텔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음식점에서 사용한 내역과 호텔 투숙을 위해 사용한 내역이 영수증에서 구분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2018년 12월 6일 저녁 8시경 간담회 명목으로 중화요리점에서 43만 4000원을 사용했다. 해당 중화요리점은 가장 저렴한 메뉴에 속하는 짜장면 가격이 1만 4000원이었다.
그런데 이목희 부위원장은 2시간 후 근처 레스토랑에서 역시 간담회 명목으로 62만 6000원을 사용했다. 일자리위원회 측은 “일정이 바빠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연이어 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식사를 한 후 밤 10시께 저녁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또 열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해당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가봤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저녁에는 주로 주류를 파는 곳이었다. 업추비는 주점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일자리위원회 측은 “업추비로 술을 먹은 사실은 결코 없다”고 했다.
부위원장 업추비 내역에는 한우, 한정식, 일식 등을 파는 고급 음식점 이름들이 자주 발견됐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2018년 4월 11일 간담회 명목으로 한정식집에서 71만 8500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일자리위원회 측이 사용내역에서 참석 인원을 밝히지 않아 1인당 얼마짜리 식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주요 지자체들은 지자체장 업추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참석 인원도 적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가 고급 음식점에서 업추비를 사용한 내역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청와대는 ‘보안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고급 음식점을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일자리위원회 업무에도 보안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약 9개월간 업추비로 2852만 9800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4월 임명된 이목희 부위원장은 약 1년 동안 4395만 5859원을 사용했다. 두 사람이 사용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7248만 5659원이다. 이 기간 두 사람이 업추비를 사용한 횟수는 총 411회다. 한 달에 평균 345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