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혈투’ 끝에 세네갈을 꺾었다. 한국은 ‘U-20 월드컵’ 4강에 올랐다. 한국이 4강에 오른 건 1983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KFA
[일요신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승부였다. ‘U-20 태극전사’들이 해냈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에서 한국 대표팀이 세네갈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했다. 한국과 세네갈은 경기 내내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양팀은 연장까지 3대 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세네갈을 3대 2로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 같은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한국 U-20 대표팀은 1983년 대회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6월 9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선 한국과 세네갈의 ‘2019 U-20 월드컵’ 8강 네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은 세네갈이 주도했다. 세네갈은 타고난 신체능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발이 무거워보였다. 패스미스가 잦았고,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세네갈이 거센 공격을 선보였다. 세네갈의 파상공세는 골로 연결됐다. 전반 36분 세네갈 주장 디아네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 골망을 갈랐다. 전반은 한국이 0대 1로 뒤진 채 마무리됐다.
후반전 들어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7분 한국 정정용 감독은 전세진을 빼고, 조영욱을 투입했다. 조영욱 투입 이후 한국 공격은 활기를 되찾았다. 한국의 공격이 거세지자, 세네갈은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뒤 ‘잠그기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던 후반 15분 경기가 요동쳤다. 이지솔이 세네갈 진영 페널티박스에서 파울을 얻어낸 까닭이다. 세네갈 수비수 아우가 범한 파울은 VAR(비디오판독) 끝에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페널티킥 키커로는 이강인이 나섰다. 이강인은 왼발로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1대 1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번 대회 이강인의 ‘마수걸이 골’이었다.
동점을 허용한 세네갈은 다시 공격적으로 올라왔다. 한국과 세네갈의 경기는 ‘공방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양팀이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던 후반 27분. 심판이 VAR 끝에 한국 수비수 이재익의 핸들링 파울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이었다.
세네갈 키커로는 이브라히마 니아네가 나섰다. 니아네는 골대 오른쪽으로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한국 이광연 골키퍼는 니아네의 슈팅을 막았다. 하지만 심판은 니아네가 슈팅하기 전 이광연이 먼저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이광연은 옐로우카드를 받았고, 세네갈은 다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다.
세네갈 니아네는 두 번째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니아네는 왼쪽 깊숙한 곳으로 공을 때려 골을 완성했다. 세네갈이 다시 2대 1 리드를 잡은 순간이었다.
한국은 엄원상과 김정민을 동시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지나고, 추가시간 9분이 주어졌다.
추가시간 주도권을 잡은 건 세네갈이었다. 한국이 흐름을 반전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만 갔다. 그러던 경기 막판 거짓말 같은 ‘극장골’이 터졌다. 후반 53분 한국은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강인이 찬 코너킥은 이지솔의 머리에 맞았고, 공은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벼랑 끝까지 몰린 한국을 살린 극적 동점골이었다. 이지솔의 동점골에 힘입어 경기는 2대 2 동점이 됐다. 골이 터진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장엔 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한국과 세네갈의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전반 5분 한국이 자랑하는 ‘이강인-오세훈-조영욱’ 삼각편대가 빛났다. 세 공격수는 환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중원에서 오세훈이 공을 지켜냈고, 이강인이 이 공을 기막힌 전진패스로 연결했다. 골문으로 쇄도하던 조영욱이 공을 받아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조영욱의 슈팅은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한국이 3대 2 역전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연장후반 추가시간. 이번엔 세네갈의 극장골이 터졌다. 세네갈 미드필더 시스가 밀집된 수비 사이에서 오른발 슈팅을 골대 구석으로 정확히 차 넣었다. 다시 3대 3 동점이 됐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130분 동안 혈투가 펼쳐졌지만, 양팀의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경기는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혈투는 승부차기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은 1-2번 키커인 김정민과 조영욱의 실축으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세네갈 2번 키커(음보우)가 공을 허공으로 날렸고, 4번 키커(은디아예)의 슈팅은 이광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3-4-5번 키커(엄원상-최준-오세훈)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차기에서도 역전을 만들었다. 세네갈 마지막 키커로 나선 디아네의 슈팅이 허공을 가르면서, 한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길고도 치열했던 승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 환호했고, 세네갈은 고개를 숙였다. 한국과 세네갈은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를 펼쳤다. 승·패와 상관없이 양팀 모두 박수받을 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 수훈선수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제 한국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한국은 6월 12일(한국시간) 오전 3시 30분 에콰도르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4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인 5월 18일 한국은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1대 0 승리한 경험이 있다.
U-20 태극전사들은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했다. 이제 한국 U-20 대표팀은 전인미답의 고지인 결승 진출을 노린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