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적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환율이 치솟고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한다. 더욱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외국자본이 유출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 경제가 금융위기의 불안에 휩싸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산에 우리 경제가 진퇴양난이다. 미국은 지난달 선언한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치에 대한 25%의 보복관세 부과를 이달 들어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600억 달러 치에 대해 최고 25% 보복관세를 부과해 맞대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전쟁과 환율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거래중단을 발표했다. 미국은 위안화를 절하하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아예 중국의 환율정책까지 무력화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전자제품과 군사장비에 사용하는 희토류의 공급중단을 시사하고 미국유학과 관광을 제한하는 등 결사항전을 불사하고 있다. 미중 틈에 낀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 기업에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중국과 미국이 각각 상대방 국가에 대한 무역보복에 동참할 것을 본격적으로 압박할 경우 우리 경제는 설 땅을 잃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주문했다. 국가채무증가에 얽매이지 말고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펴 경제를 살리라는 뜻이다.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하락을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확대의 필요성은 크다.
문제는 재정지출이 생산적인 투자보다는 공공일자리 만들기, 일자리 안정자금, 복지지출과 같은 소모성 지출에 치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경제불안과 재정적자가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재정안정의 둑이 무너진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680조 원인 국가채무가 2022년에 956조 원으로 41%나 증가한다.
대외적으로 경상적자가 늘고 대내적으로 재정적자가 쌓이면 경제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다. 경상적자가 쌓이고 외국자본이 나가 부도위험이 커도 재정적자 때문에 정부가 대응할 수 없으면 경제는 속수무책이다. 또 재정적자가 증가해 국가부채가 쌓일 경우 경상흑자가 뒷받침 안 되면 정부와 경제의 정상적 기능회복이 어렵다.
그러면 경제가 대내외 적자의 덫을 어떻게 벗어나 일어설 것인가? 방법은 과감한 산업정책뿐이다. 정부가 선심성 지출을 줄이고 자금을 산업발전에 집중 투입해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즉 재정지출을 산업구조개혁, 신산업발굴, 벤처와 중소기업 등에 집중해 재정확대가 산업발전과 수출증가 → 경제성장 및 세수증가 → 재정안정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미래산업 발전을 선도해 자생적으로 도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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