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미네오와 나탈리 우드는 제임스 딘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우들이다. 두 배우는 제임스 딘이 세상을 떠난 뒤 개봉된 ‘이유없는 반항’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살 미네오는 동안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배우였다. 살 미네오는 1970년대 연극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1976년 2월 12일, 연극 연습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미진 골목에서 강도에게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살 미네오의 나이는 불과 37세였다. 5년 뒤 이번엔 나탈리 우드가 익사체로 발견됐다. 남편인 로버트 와그너와 추수감사절 파티를 즐기려고 요트에 올라탔던 나탈리 우드는 남편과 다퉜다. 나탈리 우드는 요트에 딸린 작은 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나탈리 우드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4년 후 1985년엔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록 허드슨은 제임스 딘의 유작인 ‘자이언트’에서 공연했던 이다.
이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이유없는 반항’ 감독 니컬러스 레이는 술집에서 취객들과 패싸움을 벌이다 한쪽 눈을 잃었다. 이후 니컬러스 레이는 코카인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1979년 6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유없는 반항’ 제작자였던 데이비드 와이스버트는 골프를 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1967년 52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이유없는 반항’ 조연 닉 애덤스는 1968년에 약물 과용으로 37세의 나이에 죽었다. 닉 애덤스는 제임스 딘과 절친한 사이였다. 제임스 딘의 연인이었던 여배우 피어 안젤리도 마지막이 좋지 못했다. 피어 안젤리는 1971년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신경안정제 과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39세였다. 피어 안젤리 유서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사랑은 오래전 나를 떠났다. 그는 포르셰와 함께 죽었다.”
살 미네오, 제임스 딘, 나탈리 우드(왼쪽부터).
지금까지 열거한 사례들만 놓고 본다면, 이들의 죽음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임스 딘의 자동차에 얽힌 사연까지 알게 된다면, ‘제임스 딘의 저주’는 섬뜩한 괴담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망 당시 제임스 딘이 탔던 차는 포르셰 스파이더다. 제임스 딘은 포르셰를 ‘작은 녀석’(Little Bastard)이라 불렀다. 포르셰는 사고와 함께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조지 배리스는 폐차 수준이었던 포르셰를 딘의 유족으로부터 샀다. 조지 배리스는 고객 주문에 따라 모든 제품을 맞춤 제작하던 일을 했었다. 조지 배리스가 트럭에서 포르셰를 내릴 때 포르셰와 부딪혀 다리가 부러졌다. 이때부터 ‘포르셰의 저주’는 시작됐다.
제임스 딘의 포르셰 사고 전후 모습.
저주는 계속됐다. 포르셰의 변속기가 이번엔 다른 남자의 손에 넘어갔다. 변속기를 장착한 차를 타던 그 남자는 어김없이 큰 사고를 당했다. 결국 그 남자는 전신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1959년 전시 목적으로 제임스 딘의 포르셰가 캘리포니아 프레스노에 있는 한 차고에 잠시 보관된 적이 있다. 이때 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처참한 사고들의 증거가 된 포르셰 스파이더는 미국 전역을 돌며 전시를 통해 자동차 사고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재처럼 사용됐다.
포르셰 차체가 사라져 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1960년 잔해 상태가 된 포르셰 차체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당하면서, 차체를 누군가에게 도난당했다. 남아있던 몇몇 부품들은 곳곳에 보관됐다. 엔진은 윌리엄 에쉬리치의 유족이 보관 중이다. 트랜스액슬(트랜스미션과 파이널 드라이브가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은 포르셰 수집가 잭 스타일스가 소유 중이다. 2005년 제임스 딘 50주기 전시회에선 포르셰 문짝 하나가 공개되기도 했다.
사망자들이 제임스 딘과 관련 있거나, 제임스 딘의 사고 차량 부품을 사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 사고들이 ‘제임스 딘의 저주’로 발생했다고 하기엔 비약이 심하다. 단지 제임스 딘을 추억하는 이들은 이를 통해 제임스 딘을 떠올리고, 제임스 딘이란 이름을 후세에도 남기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