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코파 아메리카가 개막한다. 리오넬 메시는 이번에도 하늘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무관 탈출’에 도전한다. 사진=리오넬 메시 페이스북
[일요신문] 현대축구의 1인자로 추앙받는 리오넬 메시. 10여년이 넘도록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세계축구의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18-2019 시즌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한 시즌 간 50경기에 나서 51골을 넣으면서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유러피언 골든 부츠 수상)가 됐다.
수십 번의 우승과 개인 트로피 획득으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이는 메시지만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왔다. 이번엔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2019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다.
챔피언스리그 4회, 라리가 10회, 코파 델 레이 6회, 클럽 월드컵 3회. 메시가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큼직한 대회에서 기록한 우승 횟수만 20회가 훌쩍 넘는다.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라고 평가받는 개인상인 ‘발롱도르’도 5회나 수상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독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을 때면 불운했다.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그가 국가대표로서 참가한 대회에서 마지막에 미소를 띤 때는 2005 U-20 월드컵과 2008 베이징 올림픽뿐이었다. 이마저도 연령별 대표로 나서는 대회였다. 성인 무대에선 우승경험이 없는 탓에 일부에선 ‘무관의 제왕’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에 15일 브라질에서 개막하는 2019 코파 아메리카에 나서는 메시의 발끝에 많은 시선이 쏠린다
메시는 현시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평가받고 있기에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욱 관심을 끈다.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거나 팀이 탈락하면 모진 비난을 받는다. 어느 순간부터 실패로 돌아간 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메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됐고 대표팀 은퇴에 대한 언급이 나오곤 했다.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메시는 대회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받고도 웃지 못했다. 연합뉴스
메시는 만 18세였던 2005년 A대표팀에 데뷔해 현재까지 4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매번 조별리그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토너먼트에서 독일을 만나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메시 개인적으로 전성기이자 아르헨티나 또한 강한 전력을 구축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준우승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메시가 처음으로 참가한 메이저 대회는 2006 독일 월드컵이었다. 대표팀 막내이자 벤치 자원으로 대회에 나선 메시는 8강에서 멈추며 녹록치 않은 월드컵 무대의 쓴맛을 봤다. 4년 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두 대회 연속 8강에서 짐을 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우승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역예선부터 주장을 맡은 그는 팀을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조별리그부터 매 경기 승부에 결정짓는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승전에서는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연장 승부 끝 0-1 패배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독일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메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섰다. 네번째 도전도 4경기 만에 막을 내리며 비극으로 끝났다. 우승팀 프랑스를 16강에서 만나 패했다.
#준우승만 세 번, 눈물의 코파 아메리카
메시는 그간 코파 아메리카 또한 4회 출전했다. 남미 국가들 간의 대결인 만큼 아르헨티나는 언제나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럼에도 매번 우승 눈앞에서 좌절한 메시와 아르헨티나였다.
첫 대회인 2007년 만 20세의 메시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서운 기세로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브라질이었다. 상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결승에 어렵게 올라 왔다. 그럼에도 예상외로 아르헨티나는 무기력한 0-3 패배를 당했다. 메시가 처음 겪는 준우승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메시의 국가대표 무관 징크스가 이리도 오래갈 줄은 몰랐다.
4년 뒤 2011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8강에서 우루과이를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아르헨티나는 결국 우루과이에게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조기에 탈락했다.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메시는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연합뉴스
개최 100주년(2016년)을 기념하며 1년 간격으로 두 대회(2015년, 2016년)에서 메시는 연속 준우승으로 좌절했다. 아르헨티나는 이 기간 대회에서 12경기를 치러 칠레에게만 단 2패를 기록했는데, 두 번의 패배가 모두 결승전이었다.
메시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 것은 우승에 매우 근접했던 상황이었다. 두 번의 결승전 모두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트로피를 놓쳤다. 특히 2016년 패배는 메시 스스로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아이콘’에게 필수, 국가대표 활약
메시는 현대를 넘어 축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프란츠 베켄바우어, 지네딘 지단 등 전설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 라이벌 호날두는 최근 국가대표에서 트로피를 추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최근 호날두의 분전은 지난 1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둘 간의 뜨거운 라이벌 관계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호날두도 메시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선수로 손꼽히지만 국가대표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6 유로 우승으로 평가가 달라졌다. 이어 지난 6월 10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네이션스리그(UNL)에서 트로피를 추가했다.
#다섯번째 코파 도전, 개막 전 분위기는 ‘순풍’
코파 아메리카에서만 다섯번째 도전에 나서는 메시에게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 국가들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전 유명 스포츠 도박 업체들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칠레 순으로 5강을 꼽았다.
이번 2019 코파 아메리카는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홈에서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이지만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팀 내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하는 네이마르가 부상을 당하며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메시를 좌절케 하고 우승컵을 들었던 우루과이와 칠레 또한 이전의 강력한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각각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던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알렉시스 산체스(칠레), 아르투르 비달(칠레) 등이 30대에 접어들며 내리막을 걷고 있는 탓이다. 2014년 월드컵 8강 진출, 득점왕 배출로 축구 강국 반열에 오른 콜롬비아도 지난해 월드컵에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핵심 선수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행보 또한 불안정하다.
상대 진영을 무자비하게 헤집어 놓으며 골망을 흔들던 메시도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가대표로서 참가하는 메이저대회는 매년 열리지 않기에 한 번의 기회가 더욱 소중하다. 2018 월드컵 실패의 충격 등으로 6개월간 대표팀과 멀어져 있었던 그는 올해 다시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축구황제 메시가 이번엔 우승컵을 들고 웃을 수 있을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시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국가대표에서 뭔가 이루고 은퇴하고 싶다”는 말로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