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원진아가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원진아는 ‘에너제틱’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배우였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의 연이은 홍보 일정으로 지칠 만도 한데, 오히려 기자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발랄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원진아는 극중 불의를 참지 못하는 ‘열혈 변호사’ 강소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처음 원작 웹툰을 봤을 때부터 인권 변호사라는 소현의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시위에 나간 상인들의 마음을 자신의 일처럼, 자신의 부모님의 일처럼 느낄 수 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드라마나 영화에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설정일 수 있지만, 그런 데서 오는 매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진아는 강윤성 감독의 ‘픽’으로 강소현 역에 낙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진아의 특징인 낮고 조곤조곤한 말투를 “설득력이 있는 목소리” 라고 평가한 것도 강윤성 감독이라고 했다. 이미지와 ‘설득력이 있는 목소리’가 더해져 스크린 속의 완벽한 강소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배우 원진아
원진아는 “사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원작 웹툰보다 좀 더 밝고 오락성이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원작 캐릭터를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감독님과 논의를 거쳐 조금 더 새로운 방향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내려 노력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감독님께서 ‘네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소현이와 어울릴 것 같은데, 굳이 새롭게 하지 말고 너 자신을 보여줘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조언을 바탕으로 영화판 강소현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소현은 주인공인 장세출(김래원 분)의 조심스러운 짝사랑 상대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장세출의 마음을 쉽게 받아 주지 않는 도도한 새침데기로, 사랑에 빠진 세출을 웃기고 울리는 캐릭터다.
그렇다면 실제 원진아는 어떨까. “현실에서 장세출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이라는 질문에 원진아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있으면 잡아야지, 보기 드문 순정남인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극중에서 세출은 정말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조직의 보스지만 그가 완전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소현이도 그 순간 알았을 것”이라며 “사실 어떻게 보면 세출이야말로 판타지다. 그런 착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만일 있으면 잡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배우 원진아
이쯤 되면 상대역인 김래원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토리의 큰 줄기가 세출과 소현의 로맨스 라인을 따라가는 만큼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진아는 “김래원 선배님과 처음 촬영에서 마주하기 전에 먼저 걱정부터 앞섰다. 혹시 나 때문에 불편해 하시면 어떡하나, 내가 불안해서 실수할 수도 있는데 라는 혼자만의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선배님이 제게 ‘편하게 해, 내가 잘 맞춰 볼게’ 라며 안심시켜 주셨다”고 첫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김래원의 작품 속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많이 달랐다는 점도 원진아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고. 원진아는 “제가 선배님 작품 중에 드라마 ‘펀치’나 영화 ‘해바라기’를 재미있게 봤는데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주셨기 때문에 괜히 저 혼자서 그런 캐릭터를 떠올리며 어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너무 자상하고 다정한 말투로 말씀해주시더라. 그게 굉장히 의외였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같은 김래원의 ‘다정함’은 극중 장세출과 강소현의 첫 만남 씬을 촬영하면서 그 빛을 발했다. 시위 현장에 용역으로 들어온 세출이 그를 막으려는 소현에게 뺨을 맞는 씬이었다.
대선배를 때려야 하는 부담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던 원진아에게 김래원이 “그냥 편하게 해라. 나는 덩치가 큰데 너는 손도 작고…네가 때려 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며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맞은 직후에는 “아프긴 아프다”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는 게 원진아가 밝힌 이 씬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배우 원진아
극중에서 원진아는 ‘악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와도 합을 맞추는 일이 있었다. 당연히 로맨스는 아니고 ‘몸을 써서’ 연기를 해야 하는 씬이었다. 액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마자 원진아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너무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이제까지 한 작품에서는 절제된 상태에서 대화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선배님들(진선규, 김래원)이 몸으로 싸우시는 걸 보니까 ‘나도 하고 싶다’ ‘내 차례 빨리 안 오나’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무술감독님께 직접 “저는 뭐 없어요? 저도 잘 하는데 시켜주세요”라고 졸랐다가 “넌 다음에 액션 영화 가면 거기서 해”라는 답을 받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액션에 대한 욕심은 뿌리치지 못했다. 액션 연기가 “너무 해보고 싶다”는 원진아는 이미 복싱과 웨이트로 체력 단련에 나선 지 오래다. 언젠간 액션 영화의 출연 제안이 들어올 수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 준비부터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져진 체력을 바탕으로 ‘롱 리브 더 킹’ 촬영 중 시간이 비면 인근 산에 올라가 혼자서 정상까지 정복을 하고 내려왔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연기를 준비하고 있는 원진아는 누군가 자신에게 내릴 평가에 대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원진아의 말이다.
“저는 이제 (배우로서) 시작이니까, ‘너무 잘했어’ 이런 말을 듣고 싶다는 건 욕심일 것 같고 ‘얘가 이런 모습도 있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대중들이 제 연기를 신선함으로 봐주셨지만 이제는 신뢰감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거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