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현재 ‘해피선데이’는 사실상 폐지된 상황이다. ‘1박2일’ 방송이 중단된 뒤 고심하던 KBS 예능국은 ‘해피선데이’ 편성 시간대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사장님 귀는 당나귀’를 방송하고 있는데 과거처럼 ‘해피선데이’의 두 코너가 아닌 각각의 독립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95년 ‘슈퍼선데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보면 25년, ‘해피선데이’로 이름이 바뀐 2004년을 시작점으로 봐도 15년여 만에 ‘해피선데이’가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열풍을 불러 일으킨 이강인. 연합뉴스
2007년부터 방송돼 시즌 3까지 이어진 ‘1박2일’이 정준영 파문으로 지난 3월 제작 중단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무기한 방송 중단’ 상태로 엄밀히 말해 ‘프로그램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 언젠가 부활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이런 상황에서 이강인 열풍이 불자 방송가에선 ‘날아라 슛돌이’가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날아라 슛돌이’는 2005년 10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해피선데이’의 코너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겨냥한 기획으로 실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런 까닭에 많은 이들이 이강인이 ‘해피선데이’에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해피선데이’ 출연자들이 1기이며 2기부터 6기까지의 방송은 케이블 채널인 KBS N SPORTS에서 방송했고 이강인은 3기 출신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날아라 슛돌이’ 1기 방송이 끝난 뒤 바로 그 자리를 물려받은 게 ‘1박2일’이라는 점이다. ‘1박2일’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해피선데이’로 돌아오지 못한 ‘날아라 슛돌이’는 결국 KBS N SPORTS를 통해 방송됐다. 그 결과 이강인 열풍이 불자 ‘날아라 슛돌이 3기’를 재방송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는 곳 역시 KBS가 아닌 KBS N SPORTS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이강인과 신정환의 묘한 인연이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접점 역시 ‘날아라 슛돌이’다. ‘해피선데이’를 통해 첫 방송될 당시인 2005년 10월 신정환은 코치 역할로 출연했지만 바로 김종민으로 교체된다. 신정환이 도박 혐의에 연루돼 출연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합류한 신정환은 김종민 등과 함께 예선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경기장에서 관전하면서 응원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신정환은 2010년 또 다시 해외 원정도박에 연루된다.
사실 ‘날아라 슛돌이’ 1기는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엄연히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김종국 전진이 감독, 신정환 김종민이 코치로 고정 출연했다. 그런데 방송 채널이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KBS N SPORTS로 바뀌면서 ‘축구’가 더 강조됐다. 이런 까닭에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감독이 2기부터 5기까지 감독 역할로 출연하게 됐다. 이렇게 이강인과 유상철 감독의 만남이 이뤄진 것. 만약 계속 ‘해피선데이’의 한 코너로 ‘날아라 슛돌이’가 계속 방송됐다면 이강인이 신정환 코치의 지도를 받았을 수도 있다. 참고로 이강인이 출연한 3기는 2007년에 방송됐고 당시 신정환은 왕성하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다. 요즘 이강인의 맹활약으로 ‘날아라 슛돌이’ 출연 당시를 회상하는 유 감독의 인터뷰가 보도되곤 하는데 인터뷰 대상이 유 감독이 아닌 신정환이 됐을 수도 있다.
‘날아라 슛돌이’ 방송 화면 캡쳐
다만 ‘날아라 슛돌이’ 7기가 편성돼 ‘해피선데이’를 부활시킬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KBS에서 그런 계획이 없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방송계에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FC슛돌이 7기 멤버들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는 등 이강인 열풍에 맞춰 긴급하게 편성하기가 어려운 데다 ‘날아라 슛돌이’는 기본적으로 제작비와 인력이 꽤 많이 소요되는 형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해피 선데이’의 부활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해피선데이’를 대신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사장님 귀는 당나귀’는 모두 2부로 편성돼 있다. 1부와 2부 사이에 광고를 편성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해피선데이’가 부활해 두 개의 코너가 될 경우 각각의 코너를 2부씩 나눠야 지금과 같은 광고 편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해피선데이’는 한 회 방송을 4개로 쪼개서 편성해야 한다. 이미 SBS ‘미운우리새끼’의 3부 쪼개기 편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데 ‘해피선데이’는 4부 쪼개기 편성이 되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1박2일’ 대신 ‘사장님 귀는 당나귀’가 방송을 시작할 때 ‘해피선데이’의 코너가 아닌 별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고 보는 방송관계자들이 많다.
결국 이강인 열풍이 다시 ‘해피선데이’를 되살리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KBS가 아닌 KBS N SPORTS에서 ‘날아라 슛돌이’ 7기를 방송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날아라 슛돌이’는 2005년부터 매해 한 기수씩 방송되며 2009년 5기까지가 방송됐고 5년 뒤인 2014년에 6기가 방송된 게 마지막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