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최대의 야외 페스티벌 울트라뮤직페스티벌 코리아가 지난 9일 논란 속에 막을 내렸다. UMF 코리아 공식계정 캡처.
UMF는 1999년 시작돼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다. 2007년부터 스페인 이비자, 2010년 브라질 상파울루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행사는 미국 마이매미를 본사로 한 울트라 엔터프라이즈가 주최하고, 국내에서는 아시아 라이선스를 보유한 유씨코리아가 2012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 코리아’를 개최했다. 여름을 알리는 국내 최대 행사인 UMF 코리아는 국내 가수뿐 아니라 전세계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전 세계적 축제 분위기로 꾸려진다.
UMF 코리아에 나오는 음악은 젊은 세대가 주로 열광하는 일렉트로닉 장르를 위주로 한다. 전자음으로 이뤄진 일렉트로닉 음악은 곡이 단순한데 반복적이어서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까닭에 실제 많은 클럽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관객들이 마음껏 노래를 듣고 춤을 추고,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성인만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다. 티켓 판매 단계부터 관계자들은 참가자들의 성인 인증을 꼼꼼히 체크한다. 행사장에서는 소지품검사, 신분증 확인 등 과정에만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티켓 가격이 최고 4000만 원으로 1년 연봉에 맞먹는 수준이다. 티켓링크 홈페이지 캡처.
행사는 3일간 열리는데 티켓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입장권은 하루에 15만 원, 3일권이 32만 원 수준이다. 발레파킹 서비스와 주류가 제공되는 VVIP티켓은 더 비싸다. VVIP 티켓은 600만~4000만 원 상당이다. 수천만 원의 거금을 쓰지만 남들과 다른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고, 연예인 등 셀러브리티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UMF 코리아를 다녀오고, VVIP석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유행에 앞서는 정체성을 증명한다. 당장 소셜미디어엔 UMF 코리아 참여를 인증한 사진만 수만 개에 달한다. 2018년 가장 비싼 티켓이 2000만 원이었는데, 1년 사이 4000만 원으로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국내 최대 페스티벌인 UMF 코리아는 올해 개최를 앞두고 몸살을 겪었다. 버닝썬 게이트로 클럽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이 커진데다, 마약 범죄와 YG의 성접대 의혹 등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UMF 코리아는 2016년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투자해 행사를 개최했다. 그간 YG 소속 가수들이 행사 무대에 자주 오르기도 했다. 더군다나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인근 강남 클럽에서 이뤄지던 애프터파티도 입방아에 올랐다.
UMF 코리아는 주로 잠실운동장에서 열렸는데 행사가 끝나면 가까운 강남의 클럽에서 흥이 오른 관객들이 애프터파티를 가져왔다. UMF 코리아 관객들은 입장시 받은 손목 밴드를 보여주고 무료로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18년 공식 애프터파티 장소로 꼽힌 클럽 가운데 한 곳이 바로 버닝썬이다.
주최 측은 부정적 인식이 박힌 클럽의 문화와 최근 대두된 사회문제 등에 대해 사전 조치를 취했다. 마약탐지견을 도입하고 소지품 검사를 한층 강화했다. 공식적으로 진행하던 애프터파티도 열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2019 UMF 코리아는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해마다 행사가 열렸던 잠실종합운동장이 공사를 하게 돼 용인 에버랜드로 장소를 변경한 것. 기획사는 행사 장소도 정해지기 전 티켓을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관객 입장에서는 행사 장소도 모른 채 표를 사야 했다.
한 고등학생이 UMF 코리아에 갔다가 SNS에 인증샷을 올린 것은 허술한 행사운영의 방점을 찍었다. 보안과 검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정작 미성년자가 출입해 최소한의 관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관객들에 따르면 행사 둘째 날에는 운영 측에서 제대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욱일기를 들고 입장한 일본인 관객 때문에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행사 당시 영상을 보면 이 일본인은 욱일기를 앞뒤 좌우로 흔들어댔다.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행사장에 전범기를 들고 등장해 관객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행사 주최 측은 티켓 구매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경호담당 스태프가 제지하고, 주최 측 직원 여러 명이 직접 행위를 중단시켰다. 상황을 방치한 게 아니다”며 “해당 일본인은 다른 나라 행사장에서도 욱일기를 펼치며 인증샷을 찍어왔다.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고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소극적인 주최 측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된 욱일기에 대해서만 해명한 것, 공식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관객들에게만 메일로 의사를 전달한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신문’은 유씨코리아에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UMF 코리아 측에 공식 질문을 남겼지만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