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선수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제이크 톰슨과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짐을 쌌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KBO리그가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즌이 절반 가까이 지난 상황인데도 리그 순위표의 양극화는 뚜렸하다. 5강과 5약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롯데 자이언츠는 5약 팀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6월 12일 기준 롯데는 66경기에서 23승 42패 1무, 승률 0.354를 기록 중이다. 순위는 리그 최하위다. 롯데로선 더 늦지 않은 시점에서의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그 반환점 통과를 코앞에 둔 롯데는 ‘시즌 전환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 칼을 댔다.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2명을 물갈이한 것.
롯데는 6월 10일 SK에서 뛰던 투수 브록 다익손을 영입한 데 이어, 11일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윌슨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 제이콥 톰슨과 카를로스 아수아헤는 부산을 떠나게 됐다.
성적 부진의 불똥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튄 모양새다. KBO 리그 10개 구단이 시즌 전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의 합을 비교해본 결과, 롯데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했던 건 사실이었다.
WAR은 ‘1.5군급’ 대체선수와 비교했을 때 선수 개인이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수치화 한 지표다. A 선수의 WAR이 1이라고 가정하면, ‘시즌을 통틀어 1.5군 선수를 대신해 출전한 A 선수가 소속팀에 1승을 더 안겨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통상적으로 WAR이 6을 초과하는 선수를 ‘MVP급’으로 분류한다.
6월 12일 기준 롯데 외국인 선수 3명(다익손, 윌슨 미포함)의 WAR 수치 합은 3.19다. 롯데 외국인 선수 가운데 브룩스 레일리의 WAR이 1.62로 가장 높았고 아수아헤(0.85), 톰슨(0.72)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WAR이 가장 낮은 구단은 롯데가 아니었다.
WAR 기록에 따르면,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선수 활약이 더욱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외국인 선수들의 WAR 합은 2.87로 롯데보다 낮았다. KIA 외국인 선수들의 WAR 수치는 더욱 심각했다. KIA 외국인 선수(터커 제외, 헤즐베이커 포함)의 WAR 합은 0.88에 불과했다.
시즌 전 각 구단이 영입한 외국인 선수 3명의 WAR 합 통계. 자료=스탯티즈
삼성과 KIA가 롯데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 부진의 근본적 원인이 외국인 선수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 롯데의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 외국인선수 WAR 합은 3.99다. 리그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롯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NC는 5강 사이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롯데 성적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야구 관계자는 “결국 롯데의 부진은 구단 운영 전반에 걸친 ‘효율성’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2019시즌 롯데는 ‘KBO 리그 구단별 평균 연봉 순위’ 1위에 올랐다. 구단별 평균 연봉 순위는 개막전 엔트리를 바탕으로 산정됐다. 2019시즌 롯데 선수단의 평균 연봉은 3억 9300만 원이다. 롯데는 선수단 연봉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지만, 성적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메이저리그를 휩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롯데는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형 머니볼’을 추구하는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선수단 평균 연봉으로 2억 2988만 원을 지출하면서, 중·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몰마켓’ 키움의 선전은 ‘빅마켓’ 롯데의 현실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 야구인은 “‘구단 운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이상 롯데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의 외국인 선수 물갈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롯데는 ‘가을야구’를 목표로 2019시즌을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양상문 감독의 각오 역시 남달랐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에 접어든 지금, 거인 군단은 ‘앤트맨’처럼 작아졌다.
결국, 롯데는 반등을 노리며 ‘외국인 선수 물갈이’를 전격 단행했다.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롯데가 띄운 승부수가 적중하려면, 성적이 따라줘야 한다. 과연 롯데의 외국인 선수 물갈이가 ‘효율적 구단 운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