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A매치 일정 중 최대 수확으로 떠오른 백승호.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2019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형님’ A대표팀도 평가전 2연전을 치렀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올해 초 아시안컵이라는 1차 관문을 지났다. 8강에서 탈락했지만 마냥 아쉬움만을 곱씹을 수는 없다. 오는 9월 개시가 예정된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전’에 돌입하기전 마지막 ‘테스트’에서 대표팀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아시안컵에서의 실패를 경험한 이후 대표팀 전술에는 소폭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 벤투 감독은 중원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전방에 한 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4-2-3-1 전형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아시아 내에서 밀집수비로 대응하는 상대를 공략하지 못했다.
이후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이어지는 A매치 2연전 일정에서 새로운 전술을 꺼내 들었다. 중원 숫자 한 명을 줄이고 투톱을 활용했다. 투톱 중 한 자리에는 2선에서 활동하던 손흥민을 전진시켰다.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를 깨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면서도 경기 내 점유율 우위를 가져가고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에 비중을 두는 등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면에서는 일관성을 가져갔다.
#포메이션 변화 시도한 호주전
이번 호주-이란으로 이어지는 2연전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앞서 치러진 호주전에서는 3백을 들고 나왔다. 벤투 체제에서 중용되던 권경원, 김민재, 김영권이 모두 선발로 나섰다.
그간 다소 뻣뻣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던 벤투 감독으로선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의 부임 이후 3백으로 나선 경기는 지난해 연말 사우디아라비아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는 말 그대로 ‘실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눈앞에 두고 상대에게 혼란을 주려는 의도도 보였다.
이번 실험에는 좀 더 진지한 자세가 돋보였다. 비록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라는 실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은 사우디전과 유사하지만 선택의 폭과 활용 가능성을 진단해 보는 차원이었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월드컵 예선을 하면서 전술적 다양성을 가져가기 위해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험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팀은 신진급 선수들을 기용한 호주를 공략하지 못했다. 특히 전반전에는 단 한 개의 슈팅도 만들지 못하며 고전했다. 후반전에 접어들어 교체 자원을 활용했고 이후 골이 터지며 승리를 챙겼다. 감독도 “전반보다 후반에 더 나은 경기를 했다”며 전반전 부족했던 모습을 인정했다.
벤투 감독은 오는 9월 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두고 전술과 용병술 양 측면에서 테스트를 시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란전에서는 그간 대표팀이 즐겨 사용하던 4백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의 4-1-3-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익숙한 포메이션이었지만 선발 명단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 자원이 대거 이름을 올린 가운데 수비 앞에서는 미드필더 자리에 백승호가 기용됐다. 지난 3월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백승호의 A대표팀 데뷔전이 성사됐다. 일각에선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쓸 놈만 쓴다’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를 뒤집는 선택이었다.
백승호의 기용은 과감한 선택이었다. A대표팀에선 단 한경기도 나서지 않았던 신인이었을 뿐더러 그에게 생소할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그는 이전까지 맹활약을 했던 U-20 대표팀과 소속팀 등에서 공격적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 때론 측면 공격수 위치에 주로 섰다. 수비라인 앞에 조력자 없이 혼자 위치하는 경험은 스스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선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미드필드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측면으로 내주는 부드러운 패스에 ‘기성용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백승호였다. 백승호의 분전과 더불어 팀 전체적으로 호주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벤투 감독도 백승호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백승호가 기술적, 전술적으로 중앙에서 진가를 발휘할거라 생각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상당히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황의조는 2경기 연속골로 소속팀 부진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은 이번 2연전 일정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전술과 선수기용에서 실험을 더하면서도 일정 이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는 수비에서 김민재, 공격에선 황의조가 큰 역할을 해냈다. 불과 1년 전까지 대표팀 내 입지가 크지 않던 이들은 현재 명실상부 팀 내 중심으로 올라섰다.
만 22세의 젊은 수비수 김민재는 1년 전 부의의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벤투 감독 부임과 함께 대표팀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대표팀에서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아시안컵 이후 중국 슈퍼리그 이적을 결정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다. 아시아권 선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슈퍼리그 환경에 기량이 퇴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김민재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맹활약을 연일 펼치고 있다. 소속팀에선 수백억 원의 몸값을 호가하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 같은 맹활약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평가전 일정에서도 특유의 경기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의 선택을 향한 비판적인 여론마저 스스로 뒤바꿔 놓고 있다.
황의조 또한 대표팀에서의 좋은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A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렸지만 그간 꾸준한 선발 및 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활약과 함께 벤투 감독이 부임하며 대표팀에서 중용을 받고 있다.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했던 지난해(34경기 20골)와는 달리 올 시즌 그는 소속팀에서 부진(17경기 5골)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에서 만큼은 변함없는 결정력을 자랑했다. 2경기에서 나온 2골을 모두 책임졌다. 지동원, 석현준 등 포지션 경쟁자가 빠지고 이정협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황의조는 골로써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