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역 전경.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쇠퇴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조 58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 줄어든 743억 원에 그쳤다. 롯데마트 성적표도 좋지 않다. 롯데마트가 속한 법인 롯데쇼핑을 기준으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4조 446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줄어든 2053억 원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은 온라인·배달로 전환하는 유통 흐름에 빠르게 편승하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인 가구 증가로 장을 본 뒤 직접 요리해 먹기보다는 가정간편식으로 해결하는 등 식탁이 간소해지면서 대형마트에 갈 이유가 줄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4인에서 1인으로 가족 형태가 급변하고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엄 세대로 구매력의 헤게모니가 바뀌면서 소비자들은 마트보단 쿠팡과 편의점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마트마다 이커머스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롭스·닷컴의 온라인몰을 로그인 한 번으로 이용 가능한 ‘롯데ON’ 서비스를 론칭했다. 앞서 이마트는 2014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과 앱을 ‘쓱닷컴(SSG.COM)’으로 통합했고, 올 3월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합병해 온라인 신설 법인 ‘SSG닷컴’을 출범했다.
하지만 이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바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선식품 배송 발달로 이머커스 업계의 취급 품목이 비식품에서 식품으로 확대된 데다 쿠팡발 가격경쟁으로 업체마다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실정이다. 오프라인 업체가 고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인건비·관리비 등을 따지면 적은 고정 비용과 빠른 온라인·배송 서비스로 급속 성장하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5월 말 롯데쇼핑 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이마트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기업 유통업계는 신규 출점 등 규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힌 데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 고정비용 부담으로 손발이 묶였다”며 “이커머스 업계가 온라인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패션·생활용품을 넘어 신선식품과 명품 등 취급 카테고리를 넓히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까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산한 분위기의 이마트 용산역점 매장.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쇠퇴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온라인 시대에 유통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급성장 중인 신선식품 시장은 유통기한이 짧아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배송 시간을 단축해야 하고, 더 저렴한 소비자 가격을 제시하려면 물류센터를 확보해 비용·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브랜딩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빠른 배송과 다양한 품목 등 본질 서비스 향상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 성향에 맞춰 매장이 정체된 것이 아니라 활성화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를 조사해보면 신세계는 노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스타필드에 워터파크 시설을 도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꾸준히 시도한다는 점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반면 롯데는 멈춰 있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공간과 서비스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미국 유기농식품 슈퍼마켓 ‘트레이더 조’는 온라인 쇼핑몰 없이 매장으로만 승부해 고객마케팅 전문기업 던험비가 조사한 ‘2019 미국 소비자 슈퍼마켓 선호도’에서 코스트코·아마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매장 운영 방식 덕분이다. 제품 진열대에 가격 정보만 나열한 일반 매장과 달리 트레이더 조는 진열대마다 조리법과 특성 등을 적어 놨다. 직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고객에게 추천하거나 요리법을 알려주는 등 친근한 서비스로 커뮤니티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제품 컨설팅 등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는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가족·연인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매장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주민 반발에 유통업계 물류시설 건설 난항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전국 곳곳에 물류시설이 확산하고 있다. 신선한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생존의 관건이다 보니 유통업체마다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사활을 건 탓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물류창고업(보관시설 1000㎡ 이상, 보관 장소 4500㎡ 이상)으로 등록한 곳은 전국 1300여 개다. 규모가 큰 물류단지의 경우, 운영 및 조성 중인 30곳과 조성이 계획된 15곳을 포함해 총 45개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물류시설 조성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거세다. 경기도 광주에는 현재 운영되거나 조성 계획이 수립된 물류단지는 8곳.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환경훼손, 교통체증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아무개 씨(53)는 “도로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물류단지가 들어서면서 좁은 도로로 대형 트럭이 오가 학생들 통학에 지장을 준다“며 ”인근 주택에 사는 주민들도 소음·먼지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작은 물류창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지난해 경기 하남·구리 등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으려던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류시설 설립 계획 단계부터 주민 의견이 반영돼 기업간 협의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현재 민간 전문가들이 사업계획과 입지 선정 타당성, 사업자 재무능력 등을 검토해 문제가 없으면 물류단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실수요 검증제’를 적용하고 있다. 주민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국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말 실수요검증 단계에서 지역 사정을 고려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가진 실수요검증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내용의 ‘물류시설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실수요검증 단계부터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왔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주민 공청회를 진행한다”며 “지역 상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