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큼은 청춘이라고? 천만에, 마음도 늙는다. 몸을 단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의 나이를 낮추는 일’이다.
누구나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피부 관리를 받으며 노화 방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혹자는 치매를 예방하려고 일찌감치 뇌를 단련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 원장은 “운동, 뇌 단련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마음의 나이를 낮추는 일’이다.
마음만큼은 늘 청춘인 줄 알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람. 대체 왜 마음이 늙는 걸까. 마음의 노화는 ‘뇌의 전두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인간의 감정과 의욕, 호기심, 창의력 등을 담당하는 부위로, 무언가에 감동하거나 설렘 또는 의욕을 갖게 한다.
와다 원장은 “수천 장의 뇌 사진을 분석한 결과, 뇌 중에서도 전두엽이 가장 먼저 퇴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전두엽 위축은 빠르면 40대부터 나타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무엇을 봐도 ‘시큰둥’ 감동이 일지 않으며, 의욕이 나질 않아 ‘귀찮다’는 기분에 휩싸인다. 또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자기가 받아들인 지식만 옳다’는 등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게 된다.
이처럼 전두엽이 위축된 사람은 의욕과 창조성, 자발성이 쇠퇴한다. 50~60대가 돼 전두엽 기능이 더욱 떨어지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 사소한 일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다. 흔히 신체 및 외모 변화는 실감하기 쉽지만, 감정 노화는 눈치 채기 어렵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마음이 늙어가는 것이다.
와다 원장은 “감정의 노화가 의욕 저하를 불러와 전반적으로 인생이 시시해진다”고 덧붙였다. ‘만사 귀찮다’며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아 외모가 늙어 보이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신체 노화의 원흉이 된다. 무엇을 들어도, 무엇을 봐도 좀처럼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감정 노화가 진행 중이라는 증거다. 이를 내버려 둘 경우 급속히 노화가 진행된다. 가능한 한 빨리 제동을 걸어야 한다.
와다 원장이 제안하는 대처법은 ‘두근거림’이다. 노화를 방지하려면 계속 전두엽에 자극을 줘야 한다. 전두엽을 사용하지 않으면 더욱 노화되고 만다. 틀에 박힌 생활에 두근두근 ‘설레는 것’을 찾아 적극 도입해보자.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뇌의 전두전야(전두엽의 앞부분)를 자극하므로 감정 노화를 막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가보지 않은 맛집을 찾아간다든지,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평소 행동에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무엇보다 특효약은 ‘사랑’이다. 사랑만큼 예측 불가능한 게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애하기 어렵다면, 가수나 배우를 좋아하는 것도 괜찮다.
독서 장르를 바꿔도 도움이 된다. 날마다 같은 작가, 비슷한 책만 읽어서는 감정 노화를 예방할 수 없다. 의식적으로라도 지금까지와 다른 부류의 책을 읽어보자. 가령 비즈니스서만 읽었던 사람은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다. 거기서 얻는 새로움이 뇌를 자극해 ‘감정의 나이’가 회춘한다. 이밖에도 “햇볕을 쬐거나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감정 노화 예방에 좋다”고 와다 원장은 조언했다.
실패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런 자극이 없는 틀에 박힌 생활을 이어가는 건 위험하다. 와다 원장은 “실패하더라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정신과 의욕이야말로 감정 노화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동갑인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갖고 사는 사람은 에너지가 넘쳐 젊어 보인다. 싱그러운 마음이 ‘외견’에 표출되고 있어서다. 반대로 마음에 활기가 없는 사람은 젊어 보일 리 만무하다.
시니어세대 남녀를 비교하자면, 역시 여성 쪽이 젊어 보인다. 이에 대해 와다 원장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즐거운 것을 잘 찾아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다나 쇼핑, 여행, 콘서트 관람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쏟는 중장년 여성은 전두전야가 기뻐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반면,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중장년 남성은 좀처럼 마음이 즐거운 것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이렇듯 무언가를 즐기는 마음이 상실되면, 감정 노화 속도는 급속히 빨라진다. 따라서 젊음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즐거운 것’ ‘두근두근 설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와다 원장은 “모든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저하된다. 감정도 마찬가지. 뇌와 신체는 물론, 감정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인생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싱한 마음은 당신의 외견뿐 아니라 인생을 반짝이도록 도와줄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10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마음의 노화도’ 마음이 노화된 사람은 아무런 의욕이 일지 않는다. 반대로 마음이 젊은 사람은 의욕 만만이다. 자, 지금 ‘내 마음의 노화도’는 어느 정도일까. 다음 질문 중 몇 개가 해당하는지 체크해보자. □지금 생활이 쭉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집, 회사, 집을 오가는 게 일상이다. □외모나 치장에 관심이 없다 □운동은 귀찮다 □쉬는 날에는 늦게까지 잠만 잔다 □한숨을 쉬는 일이 많다 □해야 할 일이 밀려 있다 □연애에 별로 흥미가 없다 □맛있는 것보다 싼 것을 먹는다 □메일이나 카톡 답장이 자주 귀찮게 느껴진다 ☞0~2개 마음의 노화도 10% 몸과 마음에 활기가 가득하다.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장소, 하고 싶은 일이 많을뿐더러 이를 실행할 기력도 충분하다. 작은 것에 감동할 수 있는 ‘젊은 마음’의 소유자다. ☞3~5개 마음의 노화도 50% 마음이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의욕, 그것을 실행하는 행동력도 나름 갖추고 있다. 다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마음이 건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심한 타입. ☞6~8개 마음의 노화도 70% 노화가 진행 중인 상태다. 매너리즘에 빠진 삶에 새로움을 불어넣고 싶지만, 리스크를 피해 그냥 이대로 평온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방치하면 점점 마음은 늙어간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몰두하는 등 생활에 변화를 도입해보자. ☞9~10개 마음의 노화도 90% 당신의 마음은 상당히 노화돼 있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가득하다. 무얼 봐도 감정이 일지 않고, 일상이 회색빛처럼 지루할 뿐이다. 너무 힘이 없는 탓에 ‘조금 쉬는 편이 좋겠다’는 걱정이 든다. 마음의 노화가 진행된 걸 깨달았다면, 그것을 의식하고 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재충전을 통해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자. 마음이 건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의욕도 생겨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