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대신증권의 경영권이 취약하다고 보는 이유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개인 최대주주는 양홍석 대표이사로, 보통주 기준 7.7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인 모친 이어룡 회장과 동생 양정연 씨가 각각 1.95%와 1.07%를 보유하고 있다. 일가족 지분을 모두 합쳐도 12% 남짓이다.
반면 배당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순이익 1400억 원 중 455억 원을 배당금으로 썼다. 21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배당금액이 평균 300억 원을 넘는다. 고배당 회사치고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보니 행동주의 펀드가 2대 주주 자리를 노리기 적합한 먹잇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삼일대로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대신증권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주주의 리더십에 물음표가 달렸다는 점도 대신증권을 위험한 회사로 보는 이유다. 대신증권은 한때 ‘증권 명가’로 불리며 국내 증권업계 상위권을 다투던 대형 증권사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옛 명성이 다소 흐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홍석 대표는 대신증권 창업주 고(故) 양재봉 회장의 손자로 2010년 29세 나이로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데뷔했지만 2년 만에 대표 자리를 내놨다. 이후 한동안 와신상담의 시기를 거친 뒤 2014년 사장으로 다시 취임했다. 현재는 나재철 사장과 투톱 체제로 대신증권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그가 취임하던 때 이후 다른 증권사들이 자본을 키우며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는 사이 대신증권은 여전히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558억 원, 45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인 2018년 1분기 영업이익 743억 원, 당기순이익 571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0% 이상 줄어들었다.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2186억 원으로 분기 순이익 2000억 원 시대를 열고,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상황과 비교해보면 더욱 초라해 보이는 성적표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이미 위탁매매 비중을 줄이며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비즈니스로 전환함과 동시에 해외시장을 오랫동안 개척해 왔지만 대신증권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 않다. 대형 증권사들과 대신증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3조 원 이상의 소위 초대형IB들은 인수·합병(M&A),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업무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이익구조의 체질을 바꾸고 있고 4조 원 이상의 회사들은 발행어음 시장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신증권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함부로 증자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증자를 실행하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대주주 지분율이 더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존 주주들이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해 증자에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직원간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리더십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7일 “복수 노조를 가진 대신증권이 특정 노조에만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교섭 중인 다른 노조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4년 대신증권은 동일 산업 노동자 전체 조직인 ‘산별노조’와 기업단위로 결성된 ‘기업별 노조’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해 공고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실패했고, 회사 측은 이들 노조와 각각 개별교섭을 벌이다 기업별 노조 조합원에게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과 ‘경영목표 달성 및 성과 향상을 위한 격려금’ 명목으로 각각 150만 원씩 지급키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반발한 산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고, 회사는 이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열어 하급심에서 패소했으며 상고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체를 끌어안고 가야 하는 리더의 판단력이 아쉽다”며 “결국 사람이 경쟁력이고 핵심 자원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심상찮은 상황을 감안한 듯 대신증권 경영진도 나름 방어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보통주) 150만 주를 시장에서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취득예정금액은 182억 3000만 원으로, 보통주 기준 총 발행주식의 2.9%에 해당된다. 자사주 매입목적은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게 대신증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 비중을 확대하면 전체 의결권 수가 축소돼 기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가 지분확대에 나서려면 소위 ‘쌈짓돈’이 동원돼야 한다”면서 “이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자사주 취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