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언행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문희준은 유독 자주 비난을 샀고 ‘안티’의 공격도 받았다. 1996년 그룹 H.O.T.로 데뷔해 아이돌의 시대를 연 문희준은 이후 여러 번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화제를 동반한 비판의 대상에 놓여왔다.
인기에 따르는 후폭풍이라고 치부하기에도 그 횟수가 잦았다. 팀 해체 이후 솔로로 나서면서 돌연 록 음악에 빠져 ‘로커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땐 이른바 ‘100만 안티’를 몰고 다닌다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물론 문희준은 굴하지 않았다. 꾸준한 활동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돌려놓았지만 3년 전 결혼 발표를 계기로 ‘안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화면 캡처.
# 아내·딸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안티’ 다시 형성
문희준이 화제의 중심에 놓인 건 이달 초부터다. 젝스키스 출신의 멤버 고지용 부자의 뒤를 이어 아빠와 자녀의 육아 모습을 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사실을 공표한 직후다. 문희준 가족은 9일 방송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문희준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집은 물론 주변 가족들까지 출연시켜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이래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스타인 만큼 그의 일상 공개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법도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문희준은 2016년 11월 그룹 크레용팝으로 활동하던 소율과 깜짝 결혼을 발표했다. 크레용팝은 깜찍한 율동을 더한 ‘빠빠빠’라는 노래 한 곡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룹. 문희준과 소율은 열애설 한 번 없이 곧장 결혼을 발표했다. 소율은 “공황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그룹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당시 나이는 25살. 문희준과는 13살 차이가 난다.
팬들이 놀란 부분은 둘의 깜짝 결혼 발표 때문이 아니다. 문희준은 한동안 침체기를 딛고 팬들의 신뢰를 회복해 방송 활동은 물론 여러 공연에 한창이던 때였다. 마침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단독 콘서트를 무려 20차례나 진행하고 있던 상태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팬들과 대화하는 여러 기회 속에 그는 “결혼은 안 한다”는 이야기도 직접 꺼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나온 결혼 발표를 두고 일부 팬들은 “거짓말을 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고, 잦은 공연 진행과 MD(관련 상품) 판매 강행으로 신뢰가 무너졌다고 실망하는 팬들도 이어졌다.
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결혼 발표 3개월 만인 이듬해인 2017년 2월 결혼한 이들 부부를 둘러싸고 제기된 ‘혼전 임신설’에 대한 문희준의 대응은 팬과의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20년간 가깝게 교류해온 팬들까지 궁금증을 제기하는 상황에, 문희준은 설명 대신 “루머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 문희준 부부는 딸을 낳았다. ‘루머’ ‘강경대응’을 언급한 문희준의 행동에 팬들은 결국 ‘지지철회’를 선언했다. 신뢰가 깨져, 더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희준을 오랫동안 지원한 ‘디시인사이드 H.O.T. 갤러리’는 “문희준은 솔로 활동으로 록 음악을 시작하면서 대중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고 팬들과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며 “그러나 군 제대 이후 대중의 평판이 회복되면서 문희준은 겸손한 자세를 버리고 각종 부적절한 발언과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 2016년 콘서트와 결혼, 재결합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적 언행이 잦았다”고 지적했다.
# 아내 향한 관심에 ‘불쾌함’ 드러내기도
아이돌 스타의 결혼, 특히 1세대 아이돌의 결혼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이슈다. 더욱이 아내 역시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고, 결혼 과정에서 팬들이 제기한 몇몇 지적으로 인해 이들 부부는 줄곧 시선을 끈 것도 사실이다. 유명인에게 따르는 어쩔 수 없는 관심이지만 문희준은 이런 시각이 제기될 때마다 부담스러워했고 속내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은 또 터졌다. 문희준은 지난해 2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청취자로부터 ‘H.O.T. 재결합과 관련한 홍보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는 H.O.T.의 재결합을 둘러싸고 화제와 궁금증이 증폭되던 시기였고,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활동 계획을 직접 들으려는 팬들의 문의도 이어지던 무렵이다. 하지만 문희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청취자의 요청에 그는 “지금은 홍보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자신의 아내인 소율의 이름이 자꾸만 거론되고 있어서다. 문희준은 이 사실을 짚으면서 “제 이름을 검색하는 건 알겠는데, 아내 이름까지 검색하는 건 심하지 않느냐”며 불쾌해했다.
아내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문희준이 느닷없이 가족의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희준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둘러싸고 이른바 ‘넷심’이 들끓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