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상을 수상한 LA 다저스 류현진. 연합뉴스
[일요신문]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32·LA 다저스)은 최근 한국 야구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하나 전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상’을 받은 것이다. 5월 한 달간 6경기에 선발 등판해 4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성적은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 누구도 수상자 선정에 이견을 보일 수 없는 눈부신 기록이다. 1998년 7월의 박찬호(당시 다저스)에 이어 한국인 투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월간 최고의 투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뛰던 KBO 리그 시절에도 두 차례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적이 있다. 모두 그가 2000년 이후 최초의 1점대 평균자책점(1.82)으로 시즌을 마쳤던 2010년의 기록이다. 좋은 활약을 펼친 한 달, 한 달이 쌓여 1년의 성적이 결정되는 법. 월간 MVP가 수상 선수에게는 최고의 한 시즌을 기념할 만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는 이유다.
#월간 MVP 수상 역사와 시상 방식 변화는?
KBO 리그 월간 MVP는 2005년 처음 등장했다. 매달 최고 투수와 타자를 한 명씩 선정해 수상의 영광을 줬다. 첫 시상을 한 4월에는 롯데 소속 투수 손민한과 타자 이대호가 나란히 월간 MVP로 뽑혀 ‘집안 잔치’도 벌였다. 당시 상금은 300만원. 그 가운데 50%인 150만원은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해당 선수의 출신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두산 다니엘 리오스처럼 국내에 모교가 없는 외국인 선수들은 KBO에 유소년야구 육성기금으로 기탁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만 그해 SK에서 뛰고 있던 이진영은 7월과 8월 타자 MVP로 뽑히고도 모교인 군산초등학교 야구부가 이미 해체된 뒤라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결국 외국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KBO에 유소년야구 육성기금으로 상금의 절반을 전달했다.
아쉽게도 월간 MVP 제도는 1년간 반짝 수상자를 배출한 뒤 금세 폐지됐다. 하지만 5년 만인 2010년부터 투수와 타자를 통합해 한 명에게만 시상하는 방식으로 부활했다. 수상자가 한 명으로 줄면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은 월간 MVP 상금이 500만원이나 됐다. 또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금의 절반 금액은 수상 선수의 모교를 위해 사용됐다. 단, 이번에는 현금이 아닌 250만원 상당의 야구 용품으로 기증됐고, 모교도 초등학교로 한정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월간 MVP 상금이 200만원으로 줄고 모교 후원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2018년부터 수상자 모교 후원 제도가 다시 생겼다.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금 200만원 외에 신한은행 후원금 100만원이 선수 모교에 전달됐다. 여기에 60만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도 부상으로 추가됐다.
KBO 월간 MVP 주인공의 초점은 공격력에 맞춰져있다. KIA 최형우와 키움 박병호가 5회 수상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박병호. 연합뉴스
그동안 KBO 리그 월간 MVP를 거쳐간 선수는 총 58명. 수상자를 한 명으로 압축하기 시작한 2010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4월부터 9월까지 매년 여섯 명의 선수만 영광을 안을 수 있다. 다만 2014년 9월에는 한국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면서 KBO 리그가 중단돼 월간 MVP를 8월까지만 시상했다. 또 2017년 7월에는 KIA 양현종과 두산 김재환이 공동으로 수상해 한 명 더 트로피를 안았다.
포지션별로는 역시 투수가 가장 많다. 41%에 달하는 24번을 투수가 수상했다. 그 다음으로는 내야수와 외야수가 각 16회씩 가져갔다. 포수는 단 한 번도 월간 MVP가 되지 못했다.
내야수 가운데선 1루수가 10회, 3루수가 4회, 유격수가 2회 수상자를 각각 배출했다. 수비보다는 공격 성적으로 주어지는 상이라 거포들이 주로 맡는 1루수 비중이 월등하게 높았다. 반면 수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키스톤 콤비(유격수와 2루수)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포수 포지션에서 월간 MVP 수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단 두 번만 나온 유격수 수상자는 모두 역대 최고 공격형 유격수로 꼽히는 강정호(당시 키움·현 피츠버그)다. 미국 진출 직전 시즌인 2014년 7월과 8월에 2개월 연속 월간 MVP를 차지했다. KBO 리그에서 유일한 ‘40홈런 유격수’로 기록된 바로 그 해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2연속 월간 MVP를 수상한 선수는 강정호가 유일하다.
그럴 만 했다. 7월엔 17경기에서 홈런 7개를 치고 장타율(0.927) 1위에 오르면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8월에도 21경기에서 홈런 9개를 때려내면서 1997년 이종범(30홈런)을 넘어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다. 덕분에 강정호는 7월엔 광주 무등중학교, 8월엔 광주 제일고에 도합 500만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선물할 수 있게 됐다. 강정호가 미국으로 떠난 2015년부터는 1루수에서만 내야수 수상자가 나왔다.
#최다 수상자와 멀티 수상자는 누구?
역대 최다 수상자는 총 5회 월간 MVP를 수상한 KIA 최형우와 키움 박병호다. 최형우는 삼성 시절인 2011년 8월, 2012년 7월, 2013년 7월, 2016년 9월에 총 네 차례 수상한 뒤 KIA로 이적한 2017년 5월에 다시 한 번 월간 MVP가 됐다. 박병호는 2012년 5월, 2013년 9월, 2014년 5월, 2015년 7월 수상으로 역대 유일한 4년 연속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6시즌이 끝나고 2년간 미국에서 뛰지 않았다면 기록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높다. 이어 2년 만에 KBO 리그에 복귀한 2018년 8월에 다시 월간 MVP로 뽑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KIA 에이스 양현종도 총 4회 월간 MVP로 뽑힌 단골 멤버다. 2013년 4월 첫 수상을 시작으로 2016년 7월, 2017년 7월에 상을 가져갔다. 이어 가장 최근인 2019년 5월에도 뽑혀 네 번째 기록을 남겼다. 두산 김재환은 박병호가 잠시 미국으로 떠난 2016년부터 3년 연속 월간 MVP를 수상해 배턴을 이어 받았다. 2016년 5월, 2017년 7월, 2018년 6월에 모두 수사자로 호명됐다. 올해도 6~9월 가운데 한 차례 수상하게 된다면 4년 연속으로 박병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두산 유희관과 롯데 손아섭, NC 이호준 코치 역시 월간 MVP를 두 번 받은 멀티 수상자다. 유희관은 2014년 4월과 2016년 8월에 ‘느림의 미학’을 마음껏 뽐냈고, 손아섭은 2013년 8월과 2017년 8월에 4년 간격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쳐 ‘여름 사나이’로 명성을 떨쳤다. 이 코치는 SK 소속이던 2012년 8월과 NC 소속이던 2015년 5월에 두 차례 받았다.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유니폼을 입고 월간 MVP를 받은 유이한 선수로 기록됐다.
이 외에도 카도쿠라 겐, 정의윤, 최승준, 메릴 켈리, 제이미 로맥, 한동민(이상 SK) 더스틴 니퍼트(두산) 송승준, 크리스 옥스프링, 브룩스 레일리(이상 롯데) 박용택, 이병규, 정성훈, 타일러 윌슨(이상 LG) 카림 가르시아, 안영명, 김태균, 정우람 (이상 한화) 윤석민, 서재응(이상 KIA) 오승환, 박석민(이상 삼성) 손민한, 찰리 쉬렉, 에릭 해커, 제프 맨쉽(이상 NC) 유한준(KT) 등이 한 차례씩 수상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가운데 단 두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월간 MVP 수상자 가운데 정규시즌 MVP가 나왔다. 2010년 이대호(6·8월) 2011년 윤석민(7월) 2012년 박병호(5월) 2013년 박병호(9월)가 그랬다. 2014년에만 KBO 리그 역대 최초 한 시즌 200안타를 친 키움 서건창이 월간 MVP 트로피 없이 정규시즌 MVP가 됐다. 2015년 MVP 에릭 테임즈(NC) 역시 월간 MVP는 손에 넣지 못한 사례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더스틴 니퍼트(4월)와 양현종(7월)이 시즌 전체 MVP를 가져갔고, 2018년 역시 6월 MVP 김재환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가장 치열했던 2017년 7월 김재환VS양현종
‘1인 MVP’ 체제 시행 이후 한 시즌에 2회 이상 월간 MVP를 수상한 선수는 2010년의 류현진과 이대호, 2014년의 강정호 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메이저리그를 경험했거나 현재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특히 월간 MVP 부활 첫 해인 2010년에는 5월과 7월 류현진, 6월과 8월 이대호가 각각 2회씩 트로피를 가져가 흥미로운 장외 경쟁도 펼쳤다. 두 선수가 각각 투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2006년 경쟁 구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2006년에는 류현진이 이대호를 제치고 정규시즌 MVP가 됐지만, 2010년에는 이대호가 최종 MVP로 선정됐다.
가장 치열했던 경쟁은 역시 공동 수상자가 나온 2017년 7월이었다. 당시 첫 투표에선 유효 투표수 28표 가운데 김재환과 양현종이 각각 12표를 가져가고 롯데 브룩스 레일리가 4표를 얻었다. 따라서 김재환과 양현종을 후보로 놓고 2차 투표를 진행했는데, 레일리에게 돌아갔던 4표를 다시 두 선수가 두 표씩 양분해 가져가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2차 투표마저 14-14로 동률을 이루자 결국 KBO는 최초로 공동 수상을 결정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했다. 양현종은 7월 한 달 간 5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무패로 월간 다승 1위에 올랐다. 특히 마지막 다섯 번째 경기에선 완투승까지 추가했다. 3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도 31개를 잡아냈고, 평균자책점도 2.78로 좋았다. 벌써 시즌 14승을 올려 KIA의 정규시즌 1위 독주를 이끌고 있었다.
김재환도 만만치 않았다. 7월에 나온 20경기에서 타율 0.434, 안타 33개, 홈런 9개, 출루율 0.506, 장타율 0.855를 기록해 5개 부문 월간 1위에 올랐다. 7월 한 달 동안 월간 출루율 5할과 장타율 8할을 기록한 선수는 김재환이 유일했다. 타점과 득점도 각각 24점과 21점으로 공동 2위에 해당했다. 결국 둘 다 상금 200만원을 가져가게 됐고, 며칠 뒤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따로 시상식을 열고 트로피를 받았다.
#팬투표 도입이 가져온 변화는?
바로 지난 시즌부터는 월간 MVP 투표 방식에 주목할 만한 변화도 생겼다. 그동안 줄곧 한국야구기자회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 선정이 진행됐지만, 신한은행이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2018년부터 신한은행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팬 투표 결과가 50%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 선수의 활약이 압도적인 달에는 기자단 투표와 팬 투표가 일치했지만, 그렇지 않은 달에는 결과가 엇갈리곤 했다.
일단 2018년 4월 수상자인 유한준(타율 0.447 홈런 9개 29타점 21득점)과 5월 수상자인 정우람(12경기 1승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7)은 적수가 없이 기자단과 팬 투표에서 모두 1위를 받았다. 하지만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양쪽 투표 결과가 달라지자 표본이 더 많은 팬 투표 1위 선수가 MVP 수상자로 결정됐다. 6월엔 두산 세스 후랭코프가 기자단 표를 가장 많이 받았지만 2위 김재환이 수상했고, 7월에는 KT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기자단 투표에서 가장 표를 많이 얻고도 기자단 투표 3위에 그친 로맥이 팬 투표 1위로 MVP가 되는 이변도 생겼다. 8월 역시 기자단 투표 1위인 키움 이정후 대신 2위 박병호가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이 표를 얻어 최종 수상자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마지막 수상자인 한동민부터 올해 4월의 윌슨과 5월의 양현종은 다시 양측 투표 결과가 일치해 이견 없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KBO 리그의 월간 투수상 신설 메이저리그는 매달 각 리그 별로 ‘이달의 선수’와 ‘이달의 투수’를 별도 시상한다. 지난 5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는 류현진이었지만, 이달의 선수로는 피츠버그 내야수 조쉬 벨이 뽑혔다. 강정호의 팀 동료이기도 한 벨은 류현진이 지난 4월 27일 다저스타디움 맞대결에서 솔로 홈런을 허용했던 강타자다. 류현진은 그 후 45일간 홈런을 맞지 않았다. KBO 리그도 올해부터 월간 MVP와 별개로 시상하는 ‘KBO 월간 투수상’을 신설했다. 매월 규정 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상금 200만원 외에 60만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가 부상으로 지급된다. 월간 투수상 역대 첫 수상자로는 LG 외국인 에이스 타일러 윌슨이 뽑혔다. 윌슨은 개막 이후 4월까지 7경기에 선발 등판해 47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책점을 단 3점만 내줬다. 월간 평균자책점이 0.57. KBO 리그 역대 개막 7경기 최저 기록이다. 두산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도 평균자책점 1.38로 맹활약했지만, 윌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투타를 통틀어도 윌슨만큼 활약한 선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4월 월간 MVP까지 동시에 수상해 KBO 리그 두 번째 시즌 개막 첫 달부터 남다른 상복을 자랑했다. 상금과 골드바도 두 배로 챙긴 것은 물론이다. 5월의 최고 투수상 역시 외국인 투수에게 돌아갔다. NC 드류 루친스키다. 루친스키는 5월 등판한 5경기에서 35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03으로 짠물 피칭을 했다. KIA 에이스 양현종(5월 평균자책점 1.10)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월간 투수상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평균자책점 순위 상위권 대부분을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월간 투수상은 외국인 투수들이 줄줄이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달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루친스키에게 월간 투수상을 내준 양현종은 대신 종합 성적과 팀 공헌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어 월간 MVP로 뽑혔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