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인사 하는 배우 임시완. 연합뉴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예인 출신 군인의 군 복무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입대한 연예인은 총 16명이었다. 배우 강하늘, 배우 고경표, 그룹 슈퍼주니어의 려욱(본명 김려욱), 배우 김수현, 배우 도상우, 보이그룹 초신성 출신의 배우 박건일, 그룹 빅뱅의 대성(본명 강대성),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태양(본명 동영배), 배우 주원(본명 문주원), 그룹 2pm의 택연(본명 옥택연), 배우 이장우, 랩퍼 빈지노(본명 임성빈),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 황광희, 배우 지창욱 등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휴가를 받은 연예인은 임시완이었다. 올해 3월 전역한 임시완은 연가 28일, 포상휴가 18일, 위로휴가 51일, 보상휴가 14일, 진료를 목적으로 한 청원휴가 12일 등을 포함해 총 123일의 휴가를 나왔다. 전체 군복무 기간 가운데 약 20%를 영외에서 보낸 셈이었다. 이는 일반 병사의 2.08배다. 2018년 기준 육군 전역자 20만 2644명의 평균 휴가일수는 59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일반 병사 총 휴가 기간만큼 주어진 위로휴가 51일이다. 위로휴가는 행사에 동원됐을 때 주어지는 대가성 휴가가 대부분이다. 위로휴가의 경우 최대 허용일수가 없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한 번에 7일 이내로 휴가를 나올 수 있다. 임시완은 군인이 평균적으로 받는 휴가일수만큼을 위로휴가로 받았다. 휴가의 종류는 통상적으로 연가, 포상휴가, 위로휴가, 보상휴가, 청원휴가, 공가 등 총 6가지로 나뉜다. 위로휴가 외 휴가는 대부분 조건이나 최대 허용일수가 걸려있다.
위로휴가는 연예인에게 사실상 과거 연예병사 제도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16~2018년 입대한 연예인 가운데 100일 이상 휴가를 나온 사람은 모두 군 행사에 참석한 대가로 40일 이상 위로휴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반 병사가 군 행사에 동원돼 40일 이상의 위로 휴가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관련 기사: 국방부 행사비는 위로휴가? 휴가일수 100일 넘는 연예인 ‘수두룩’)
연예인 병사를 단순 홍보용으로 행사에 동원하고 그 대가로 위로휴가를 지급하는 모습은 2013년 폐지된 연예병사 제도와 다를 바 없다. 군 복무 기간은 오히려 더 줄어든 상태인데 현재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휴가는 연예병사 때 연예인에게 주어졌던 휴가보다 되레 더 많은 경향을 보인다. 당시 비는 71일에 달하는 외박과 휴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와 최자는 각각 116일, 108일, 신화의 앤디는 103일, 배우 김재원, 이동욱, 이동건 등이 90일을 군 밖에서 보냈다고 알려졌다. 국방부는 관리 미흡을 인정하고 2013년 연예병사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이른바 연예병사 제도로 알려진 국방홍보원 소속 홍보지원대는 1997년 국방 홍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2년 가수 비 등 연예인 사병이 너무 잦은 외박을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한 전역자는 “연예인 병사 입장에서 대중에게 얼굴을 비출 수 있는 군 행사 업무는 본업인 연예활동과 마찬가지다. 본업도 하면서 휴가도 나가는 모습은 일반 병사 입장에서 특혜로 보일 수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규정에 맞게 휴가를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문서를 통해 “위로휴가 중 40일 이상을 실시한 인원은 신병위로 휴가, 신흥무관학교 뮤지컬, 평창 동계올림픽, 임무수행 유공에 따른 위로휴가를 허가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는 연예인 특혜설에 더욱 무게를 준다. 연예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동원되었던 까닭이다. 임시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평창올림픽플라자 문화 ICT 관에서 문화전시 해설자인 도슨트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임시완은 가수 겸 배우다. 백남준 작가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전시물을 해설하는 도슨트 업무를 전공자가 아닌 연예인에게 맡긴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미술 계열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미대생 출신 사병도 군에는 상당수 포진돼 있다. 한 미대 출신 전역자는 “미대 출신 일반 사병은 축구장에 선이나 긋고 연예인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안 나와도 큐레이터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 공권력에 고통 받는 학생 역할로 얼굴을 알린 임시완은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서 유리천장에 막힌 비정규직의 장그래 연기를 선보이며 톱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껏 약자 이미지로 성공가도를 달린 그는 군 전역 뒤 복귀작으로 OCN ‘타인은 지옥이다’를 택했다. 고시원에 사는 불쌍한 젊은이 역할을 맡기로 했다. 혜택을 받지 못한 젊은이를 대변하는 임시완이지만 사실 그는 최근 군대를 다녀온 연예인 가운데 가장 많은 휴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 임시완 소속사 관계자는 “신병위로휴가와 군 내 행사 지원, 신병 조교 활동에 따른 휴가를 받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