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포장 박스를 열면 치토스의 친숙한 냄새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롯데제과는 지난 2월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와 손잡고 ‘치토스 치킨 콘스프맛’을 선보였다. 스낵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치토스가 출시된 194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앞서 2017년 9월 출시한 ‘치토스 치킨 매콤달콤한맛’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이다.
롯데제과와 멕시카나가 협업해 출시한 ‘치토스 치킨 콘스프맛’(왼쪽)과 휠라가 에프킬라 제조업체 SC존슨과 협업해 만든 공기용 탈취제 ‘에프휠라’. 사진=멕시카나 인스타그램, 휠라 인스타그램
식품·외식·패션 등 업계간 분야를 넘나들며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 키즈는 최근 롯데제과 젤리 브랜드 젤리셔스와 손잡고 젤리의 말랑말랑한 질감을 스니커즈에 도입한 젤리슈즈 ‘휠라꾸미’를 출시했다. 앞서 살충제로 유명한 에프킬라 제조업체 SC존슨과 협업해 공기용 탈취제 ‘에프휠라’를 내놓기도 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쉐이크쉑은 지난해 신세계 패션 편집매장 분더샵 ‘케이스스터디’와 손잡고 티셔츠, 모자, 가방을 출시해 시선을 끌었다.
업계간 이색 협업이 활발한 이유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국내외로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잊히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시도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SPC 관계자는 “과거 유행했던 브랜드들이 사라진 이유는 변화 없이 멈춰 서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를 계속 보여주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이색 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객층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중년층을 타깃으로 하던 블랙야크가 젊은 고객층을 보유한 하이트 맥주, 신진 아티스트 차인철과 협업해 개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 이유다. 차인철은 ‘인치인치인치’라는 디자인 레이블을 운영하는 아티스트로, 수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쉐이크쉑이 지난해 신세계 패션 편집매장 분더샵 ‘케이스스터디’와 손잡고 출시한 패션 상품(왼쪽), 블랙야크와 하이트진로가 협업해 지난달 출시한 티셔츠. 사진=신세계, 블랙야크 제공
이색 컬래버레이션은 과연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까. 매출보단 브랜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업계는 판단한다. 앞의 SPC 관계자는 “컬래버레이션 효과가 매출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정확하게 수치화하긴 힘들지만 이색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고 신선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소비자를 끌어당겨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슈를 만들어내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상식을 파괴하는 조합이 만들어내는 신선함과 재미가 젊은 세대 취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밀레니얼·Z세대는 SNS로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가볍지만 강한 자극을 주는 직관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자기표현에 능하다. 자신의 개성과 관심사를 표현하기 위해 SNS에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소재로 작용하는 것.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와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에 호감을 갖는다”며 “뉴트로 열풍과도 연관되는데, 젊은 층에 익숙하지 않은 90년대 과자 브랜드가 최근 인기 있는 브랜드와 결합하면서 신세대는 신선함을, 윗세대는 향수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컬래버레이션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콘텐츠에 호감을 갖기에 어느 업계든 끊임없이 신선함과 즐거움을 생산해야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사 제품만으로 이슈화하기는 쉽지 않고 신제품 출시에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업계간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혜 연구위원은 “컬래버레이션은 소비자들도 신선함과 재미를 얻을 수 있고 기업도 이슈화하기 좋은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적은 투자로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아바타로 가상 피팅’ 패션으로 들어온 4차 산업 기술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2층에 들어선 맞춤형 의류 매장 ‘위드인24’. 무인기기 앞에 서서 성별과 피부색을 택하고 두 팔을 벌리면 화면에 자기 얼굴과 체형이 들어간 아바타가 형성된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손동작만으로 화면 이동이 가능하다. 화면에 보이는 상의·하의·드레스 아이콘에 손을 갖다 대면 다양한 종류의 옷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패션으로 들어왔다. 고객이 3D로 가상 피팅해 맞춤형 옷을 주문할 수 있는 온디맨드 매장 ‘위드인24’가 대표적인 예다. ‘위드인24’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한국패션학회가 지난 4월 개장한 정보통신기술(ICT) 결합형 매장이다. 고객이 무인기기를 통해 디자인을 고르고 가상 피팅한 뒤 취향에 맞는 색상과 소매길이 등을 추가 선택한 뒤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제작해준다. 앞서 2015년에는 전국 최초로 가상 의류 제작업체 ‘디쓰리디’가 동대문에 둥지를 틀었다. 디쓰리디는 동대문의 패션 인프라와 3D 가상의상 기술을 활용한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이다. 고객이 의뢰한 대로 가상 디자인·제작하고 생산공장에 연결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맞춤형 의류를 만들어준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입어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ICT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LF몰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신체 사이즈를 입력하면 같은 체형의 아바타가 생성돼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는 3D 가상 피팅 서비스 ‘마이핏’을 선보였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으로 패션과 ICT 기술의 결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대중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고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돼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탓이다. 위드인24 매장 직원은 “가상피팅을 체험하려는 분은 많지만 구매하는 분은 하루 2~3명 정도“라며 ”옷 가격이 평균 20만 원으로 싸지 않은데다 맞춤형인 탓에 환불이 불가해 선뜻 사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기술력 한계도 있다. 서추연 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고객들이 가상 피팅을 했을 때 화면상으론 보기 좋더라도 실제 입었을 때 다를 거라고 생각할 텐데, 아직 가상으로 쇼핑을 한다는 것이 익숙지 않은 데다 기술의 한계로 실제 착용한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ICT 전문가들은 패션을 모르고 패션 전문가들은 4차 산업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 소통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