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튜브 ‘프로젝트M’ 캡쳐
웹 드라마 형식을 채택한 이 광고는 ‘뜬금없지만 몰입도는 최고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공개된 지 3주 만에 유튜브에서 지난 11일 기준 조회수 121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할 때 강제적으로 노출된 횟수가 아니라 해당 광고 영상을 찾아서 시청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광고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거나 TV 프로그램 등에 소품으로 쓰이는 등 노출을 통해 간접 광고 효과를 노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광고 자체를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광고 콘텐츠의 결합으로, 콘텐츠 안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녹여내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동영상, ‘브랜디드 콘텐츠’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더 이상 광고에 순순히 노출되지 않는다. TV에 광고만 내보낸다고 매출이 오르던 시절은 끝났다”며 “기업은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보다 흡입력 있는 광고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광고와 콘텐츠가 합쳐져 만들어진 게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실제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영상광고를 통해 즉각적인 제품 판매를 일으키는 이른바 V커머스(비디오+커머스)가 광고업계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웹 드라마, 웹 예능 콘텐츠 등 다양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 다다스튜디오는 뷰티, 리빙, 토이, 푸드, 블리(패션 및 잡화), 1분 홈쇼핑까지 총 6개 카테고리의 채널을 통해 광고를 주제로 웹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연구소를 배경으로 스피커, 안경, 손목시계 등 광고 상품을 개발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예능으로 풀어낸 ‘뜻밖의 연구소’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74만 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사 SM C&C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김종국과 하하 등 출연진이 간접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고 직·간접 광고를 진행해주는 형식의 웹 예능 ‘빅픽쳐’를 제작했다. ‘빅픽쳐’는 2017년 9월 4일 네이버TV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시즌 1부터 3까지 총 누적 조회수가 무려 1억 5000만에 달한다.
사진 = 미스틱스토리 제
브랜디드 콘텐츠의 성공은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다다스튜디오와 광고 협업을 진행한 프로젝트M 측에 따르면 셔츠 광고 바로 이전에 진행한 바지 광고 이후 해당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75% 증가했고, 브랜드 검색량 및 자사몰 유입량은 약 4배 증가했다. 이마트 역시 웹 드라마에 수입맥주가 등장한 후 수입맥주 매출이 29.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성 미디어인 TV‧라디오 등과 달리 방송용어나 간접광고 등 규제에서 벗어나 표현방식이 자유롭다는 장점과 디지털 콘텐츠 주 소비층인 2030세대의 ‘광고여도 재밌으면 찾아서도 본다’는 인식이 결합된 덕분이다. 심성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일반 광고라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만 콘텐츠와 결합되면 광고가 아닌 것처럼 느껴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동영상 시청 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점 역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한 앱 분석업체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6년 3월 79억 분이었던 유튜브 사용 시간은 2017년 3월 185억 분, 2019년 4월 338억 분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카카오톡·네이버를 제치고 ‘가장 오래 이용한 앱’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모바일 광고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11조 70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는데, 여기엔 모바일 광고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유튜브와 SNS 등을 이용한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2조 80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4% 성장했다. 2014년 8391억 원에 비하면 불과 4년 사이 3배 넘게 성장한 수치다. 2017년부터는 TV광고, PC광고 시장을 역전하고 전체 광고 매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19년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3조 976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욱 교수는 “과거 광고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 방식이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젠 직접적인 광고보다 콘텐츠와 결합해 정보를 전달하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성장하는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표 인턴기자 minpyo8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