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시절 룸메이트였던 류현진과 장민재. 사진=이영미 기
[일요신문] 장민재는 신기하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동고동락했던 ‘현진이 형’이 메이저리그의 날고 기는 투수들 사이에서 ‘넘버 원’의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이 아무리 곱씹어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민재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 류현진은 영상 통화로 장민재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류현진은 장민재가 등판 3일 전 어떤 훈련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장민재는 선배의 질문에 하체 훈련을 하고 왔다고 대답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류현진은 장민재에게 훈련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즉 상체와 하체 훈련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것. 장민재가 그새 훈련 프로그램을 체크했는데 류현진이 지적한 대로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걸 발견하고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은 류현진이 영상 통화하면서 장민재와 주고받은 대화를 옮긴 내용이다.
류현진(류): 민재야, 다음 등판이 어느 팀이야?
장민재(장): 키움이요. 이번에 고척가서 던져요(6월 14일 경기).
류: 고척? 좋지. 가만 있어봐라. 키움 타선이….
장: 왜요? 분석해서 보내주시려고요?
류: 내가 분석을 왜 해. 분석은 전력분석팀에서 해줘야지. 키움에 누가 있지?
장: 샌즈 선수도 잘 쳐요.
류: 그 친구는 내가 잘 모르겠고. (박)병호 형은?
장: 지금 2군에 계세요.
류: 너한테는 잘된 일이네(웃음).
장: 병호 형 없어도 키움에는 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등 쟁쟁한 타자들이 많아요.
류: 야, 쟁쟁한 타자들이 없는 팀이 있어? 다 쟁쟁한 타자들 수두룩이지. 자신감 있게 던져. 도망가지 말고. 볼넷 주는 거 없는 거다.
장: 네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두 선후배의 대화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류현진은 장민재 외에도 이태양 등 한화 투수들과 자주 통화를 주고받는다. LA 현지 시간으로 경기 마치고 퇴근 후 새벽 시간이 한화 선수들한테는 경기를 앞두고 준비하는 시간이라 서로 시간이 맞을 때마다 영상 통화를 즐겨하는 편이다.
통화 내용은 별다른 게 없지만 류현진은 가끔씩 후배들의 투구 관련해서 날카로운 지적도 서슴지 않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경기 외에 한화 경기를 모두 챙겨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의 지적이 아주 예리할 때가 많다”면서 “야구 선수이면서 현진이 형처럼 야구 좋아하는 선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휴식 시간의 대부분을 야구 경기 동영상을 찾아보며 보낸다는 것.
류현진은 후배 장민재의 호투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신바람을 냈다.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의 투구를 해나가면 된다. 그리고 볼넷 주지 말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