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따르면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했다. 동시에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 95억 5000만 원어치를 구매하도록 했다. 또 총수일가 소유 다른 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는 와인 46억 원어치를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태광산업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휘슬링락CC는 이 전 회장 일가의 회사 동림관광개발이 설립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건설과정에서 태광그룹 9개 계열사가 골프장 건설자금을 선납 예치해 부당지원한 행위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4억 8000만 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2013년 5월, 휘슬링락CC가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 티시스에 합병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이 악화됐고, 이에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태광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으로 구매한 후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그제서야 김치 생산을 중단했다.
또 메르뱅은 2008년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 사업을 영위해왔다.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해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