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취임한 김영삼 9단. 그는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낸 바둑계의 단합을 강조했다.
김영삼은 작년 11월 27일 제8대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이후 인터뷰를 요청하면 매번 “바둑리그가 모두 출범하면 하겠습니다”가 답이었다. 전기리그에 참가했던 여덟 팀 중 다섯 팀이 동시에 나간다는 설이 나돌던 시절이다. 완곡한 거절법인 줄 알았다. 그사이 여자바둑리그가 시작했고, KB리그도 팀 구성이 확정되었다. 지난 7개월 동안 그는 자신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바둑계 저변을 훑으며 두터움을 쌓았다. 새 총재가 왔다. 본격적으로 일하는 건 이제부터다.
#바둑, KB리그 통해 겨울스포츠로 거듭나길
“올해 KB리그는 9개 팀으로 개막합니다. 마지막에 참가한 팀들은 새로 오신 임채정 총재님 선물이나 다름없어요. 참가팀에 대해선 곧 공식발표를 할 예정인데 그보다 일정에 대한 고민이 더 많습니다. 전 되도록 빨리 시작하고 싶은데 실무진에선 9월 말 개막을 요청하고 있어요. 실무진의 판단도 일리가 있습니다. 선수선발식 일정도 촉박하고, 퓨처스리그는 별도로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8월엔 여러 가지 세계대회가 많이 열려요. 8월 초 국수산맥배가 있고, 삼성화재배 본선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10일 정도 연이어 벌어집니다. 참저축은행배 일정도 9월 초에 잡혀있어요. 서둘러 8월 중순에 개막해도 시작하자마자 세계대회 일정으로 맥이 끊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 추석 연휴(9월 12~15일) 이후에 개막하면 좋은 점도 있어요. 마침 올해 KBO 정규리그가 9월 13일까지입니다. 야구 시즌을 피할 수 있죠. KB바둑리그 정규리그가 12월까지 이어지고, 새해부터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는 새로운 리그 주기가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입니다. 바둑이 겨울스포츠로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김영삼 총장은 여자리그를 모두 마치면 시니어리그도 바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시니어리그 메인스폰서가 아직 미정이지만, 앞으로 프로리그 진행에 정부예산을 쓰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리그 외에도 바둑진흥법, 기전정상화, 한국기원 이전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 앞에 산적해있다.
#“한국기원 체계적 시스템 구축해야”
“조직 안정화가 시급했습니다. 무엇보다 새 총재님을 모시는 일이 1순위였죠. 수장이 없는 서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과거 허동수 이사장님과 홍석현 총재님 등 바둑계를 이끌어 주신 분들이 새삼 고마웠어요. 이제 새로 훌륭한 총재님이 오시면서 가장 큰 과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리그도 대부분 궤도에 올랐으니 이제부터 기전 확대를 위해 다시 뛰어야죠”라고 말했다.
“작년에 좀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련도 잘 받아들이면 한국기원이 자생력을 기르고 자립할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바둑인이 단합한다면 바둑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단합이 말처럼 쉽지 않겠죠. 바둑계에서 맏형인 한국기원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제도 근간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면 어떤 단체나 기업과도 협력할 생각입니다. 한국기원이 먼저 손을 내밀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단합을 강조했다.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기원에 있는 분은 대부분 10년 이상 인연이 있고, 심지어 30년 넘게 지켜본 사람도 있어요. 조직관리와 인사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를 승진시키면 비교되는 누군가는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죠. 한 달에 저녁 스케줄이 없는 날이 이틀 남짓입니다. 그래도 몸이 힘든 건 견딜 수 있어요. 일주일에 100시간 일하래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직도 적응이 안돼요”라고 답했다.
“바둑리그 감독을 하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선수들 심리와 승부감각을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어 좋았어요. 사무총장이 되어선 그다지 즐겁지 못했습니다.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문제를 바로 가까이서 지켜만 봐서 괴로웠습니다. 대부분이 사무총장 힘만으론 풀 수 없는 난제라서 더 힘들었어요. 이제 새 총재님이 오셔서 뒤가 든든해졌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일해야죠. 먼저 한국기원 조직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재정비하겠습니다. 바둑TV 정상화도 시급합니다. 프로기사들이 승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다시 만들어야겠죠.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받은 과분한 사랑을 다시 바둑계에 돌려주고 싶네요.”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