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됐다. 윤 후보자는 현 문무일 총장보다 연수원 5기수 후배로 기수서열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에 그가 걸어온 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건너뛰고 총장으로 직행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등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한 윤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도 ‘강골 오브 강골’ 특수통으로 통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6월 17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했고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 검찰 내부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신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이종현 기자
이후 2006년 현대비자금 사건, 2007년 변양균, 신정아 사건을 수사하는 등 대검 중수부의 선봉장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후원자’ 고 강금원을 구속하기도 했다. 2009년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을 시작으로 중수부 2과장,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중수부에선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주도하는가 하면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손발을 맞췄다.
그러던 윤 후보자는 격변을 맞이한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는 직속상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급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며칠 뒤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는 “수사초기부터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며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석열 항명 사건’이다. 이때 윤 후보자가 남긴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에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현재까지도 윤 후보자를 대변하고 있다.
이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인 고검 검사를 떠돌던 윤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며 화려하게 복귀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청와대 신임을 얻은 윤 후보자는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이룬다. 2005년 이후 줄곧 고검장이 맡아오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것. 이때에도 전임보다 다섯 기수 후배인 윤 후보자의 파격 인사로 검찰안팎은 떠들썩했다.
이번 검찰총장 후보에 낙점으로 파격인사를 이어간 윤 후보자는 검사 시작은 정반대였다. 서울 출신으로 충암고를 졸업한 윤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대학 동기로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16기)을 비롯해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15기),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15기) 등이 있다. 윤 후보자는 사법시험 2차 시험을 9수 만에 통과했다. 사시 낭인 시절엔 서울대 도서관 등에서 후배들의 사시 과외선생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후 전현직 검사 중엔 윤 후보자와 토론을 즐기는 등 상당수와 두터운 관계를 이어갔다.
대학 동기들보다 한참 늦게 입문한 그는 결혼도 52세인 2012년에 하게 되었다. 윤 후보자의 대학동기들은 윤 후보자가 아무나 만나지 않고 눈이 높은 편으로 기억했다. 윤 후보자는 12살 연하 ‘띠동갑’인 김건희 씨를 아내로 맞았다. 당시 윤 후보자의 늦은 나이 결혼으로 재혼설이 흘러나왔지만 윤 후보자와 김 씨는 초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과거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며 결혼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김 씨는 미모의 재력가로 알려져 있지만 윤 후보자의 장모이자 그녀의 어머니 최 아무개 씨 역시 상당한 재력가다. 김 씨는 2007년 설립된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직을 맡고 있으며, 까르띠에 소장품전, 샤갈전, 반 고흐전, 고갱전, 자코메티 특별전 등 다수의 유명 예술 전시를 주관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 3월 ‘2019 고위공직자정기재산공개’에 따르면 당시 윤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총 65억 9070만 원으로 공개 대상이 된 법무·검찰 고위 간부 중 1위였다. 이 중 토지와 건물, 예금 49억 원이 부인 김 씨 소유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윤 후보자를 상대로 처가의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부인 김 씨가 비상장주식을 기관투자가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늦깎이 노총각 검사에서 ‘검사 총각 대장’으로 불렸던 윤 후보자는 대한민국 검찰 넘버원이 되기까지는 이제 국회 임명 동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장외투쟁 중이던 자유한국당이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위해 국회로 복귀한 것만 봐도 윤 후보자에겐 인사청문회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윤 후보자의 처와 처가에 대한 공격이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대한 후보자에 대한 자질검증보다 청문회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우려감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검찰 내 조직을 추슬러야 할 총장 후보에겐 인사청문회 뒤에도 난제는 산적해 있다. 과거 경찰과 검찰은 한 몸이라는 그의 지론에 대해서도 검찰 내 찬반이 이어지고 있어 그의 강골 인생은 검찰총장이 정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