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두세 달 안으로 마무리짓고 전원회의에 상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래에셋의 혐의 내용은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1년 이상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공정위는 최근 전원회의에 상정할 보고서 작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고서에는 미래에셋그룹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구체적 혐의로 ‘부당지원’과 ‘사익편취’가 포함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정위 운영 규정에 의하면 두 혐의는 전원회의 상정을 통해 심의하도록 돼 있다. 물론 전원회의에 올라간다고 해서 처벌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미래에셋건의 조사를 공정위 지주회사과에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통상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서는 기업집단국 소속인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등이 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주회사과가 나섰다. 이는 미래에셋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구체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기업집단국내 지주회사과에서 조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조사가 마무리되고 전원회의에 올라갔다는 것은 혐의가 드러났다고 봐도 된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언이다.
박현주 회장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 여부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갖추면 미래에셋대우는 명실상부한 초대형IB(투자은행)로 재탄생할 예정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KDB대우증권과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증권사로 올라섰다. 자기자본도 8조 원을 넘어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초대형IB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두 번째 조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인가를 받은 시점이 2017년 11월인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는 2년가량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초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금융감독당국의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12월 공정위는 미래에셋이 박 회장(48.63%)과 부인(10.24%), 자녀 등의 지분이 91.86%에 달하는 가족회사이자 부동산관리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김상조 전 위원장이 경제개혁연대 시절 낸 관련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은 박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 가족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을 지배하는 구조”라며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계속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발탁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 6일 재벌개혁 추진 방향 등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시절부터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해왔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이뤄진 금융위의 금융그룹별 자본비율 시뮬레이션 결과도 박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간 복잡한 출자구조 탓에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통합감독제도 시범운영을 연장하면서 앞으로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지배구조 개편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 가운데 2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한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감독하기 위한 제도다. 미래에셋그룹, 삼성그룹, 한화그룹, 현대차그룹, DB그룹, 롯데그룹, 교보생명그룹 등이 감독 대상이다. 은행을 보유하지 않은 금융그룹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부실이 금융회사로 넘어가 금융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7월 도입됐다.
금융위는 1년 동안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는데, 7개 금융그룹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금융그룹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위가 파악한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비율은 125.3%. 기존 자본비율인 282.3%에서 계열회사 사이 중복된 자본을 빼고 전이될 수 있는 위험을 더하면 157%포인트가 줄어 7개 금융그룹 중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에서 정한 최소 자본비율은 100%로 미래에셋그룹이 당장 자본을 늘려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가 하반기 중복자본 산정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하면 자본비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낮은 자본비율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 데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 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공정위가 점검 중인 복잡한 지배구조가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금융위의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인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미래에셋그룹은 계열회사들이 사실상 다단계식 자본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며 “당국의 시각으로 보면 곱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