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판에 떠도는 청년의 현주소다. 청년 비례대표는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대표적인 마이너리그다. 정치 거물이 맞붙는 메이저리그를 돋보이게 하는 하부 리그에 불과하다. 과거 총선에서 청년들은 공천 혁신의 그림을 그리는 데 이용당하는 일종의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박은숙 기자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제21대 총선 공천 룰을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정치인에게 최대 25%의 가산점을 준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 5월 2일 청와대에 청년담당 직제를 신설키로 했다. 청년의 아픈 손가락을 치유할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취지지만, 실상은 총선을 앞두고 이탈한 젊은층을 잡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막말 삼진 아웃제’를 내세운 자유한국당은 청년·여성·정치신인 등에게 20%의 가산점을 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정의당 등도 새로운 인물 수혈로 총선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이쯤 되면 ‘청년 정치인’ 전성시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아직 어리잖아”라는 말로 편견에 갇히기 일쑤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키즈’로 영입한 손수조는 두 번의 총선에서 연거푸 낙마, 현재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상태다.
청년 비례대표를 둘러싼 대형 사고도 적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은 이석기·김재연 전 의원의 청년 비례대표 부정 경선을 놓고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충돌, 끝내 분당의 길을 걸었다.
통합진보당은 경기동부연합 등 일부 구당권파만 남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 청년 비례대표였던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결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당 해산을 선고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고를 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띄운 민주당은 정실 개입과 첨삭 지도 의혹에 휘말렸다.
애초 최종 후보로 선출된 두 청년 비례대표는 홍장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비서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한 명은 서류 제출 때 일부 당직자로부터 첨삭 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는 청년 비례대표 선출 과정을 일시 중단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민주당의 최종 청년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은혜·장경태 후보는 당선권 밖인 16번과 24번을 배정받았다. 19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원내 진입했던 장하나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청년 비례대표는 나와 김광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정은혜·장경태 후보는 끝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