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로켓배송에 이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선보이며 지난해 매출 4조 4227억 원을 달성했다. 4년 만에 ‘매출 13배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영업손실도 함께 늘어났다. 2014년 12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쿠팡은 지난해 무려 1조 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였던 셈이다. 마켓컬리의 사정도 비슷하다. 회사 설립 4년 만에 매출은 50배가량 늘었지만 적자도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3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커머스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두 기업이 매년 폭풍성장을 하면서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는 여러 원인이 꼽힌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처음으로 선보인 ‘마켓컬리’는 회사 설립 4년 만에 매출 50배 성장을 이뤘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마케팅 비용이다.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재무건전성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인 것과 달리 쿠팡과 마켓컬리는 오히려 지난해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은 광고비로 1571억 원을 사용했다. 2017년 465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마켓컬리 역시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는 등 광고‧마케팅에 148억 원을 사용했다. 매출액의 10%가량을 광고‧마케팅 비용으로 쓴 셈이다.
그러나 적자 확대의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빠른(새벽)배송’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류비와 인건비 등도 이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경제적 효율성보다 서비스 품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거래 중개자 역할에 그치던 이커머스가 고품질의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직매입‧직배송 등 자체 물류시스템까지 구축해 재고를 직접 관리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24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쿠팡은 올해에도 대구에 물류센터를 새로 건립할 예정이고, 고양에 들어선 ‘메가 물류센터’ 가동도 앞두고 있다. 쿠팡은 내년까지 물류센터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켓컬리도 물류센터 확대를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에서 공개한 마켓컬리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17년 100억 원에도 못 미치던 물류비용(운반비, 포장비 등)이 지난해에는 33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Full Cold-Chain)’ 시스템 때문에 냉장‧냉동‧포장 비용이 드는 탓이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인건비 부담과도 직결된다.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은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송원에게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쿠팡과 마켓컬리는 엄청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적자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두 업체가 과연 불어나는 적자를 감내하고 얼마나 버틸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잇달아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업체는 결국 고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쿠팡과 마켓컬리는 외부투자금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투자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20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를 추가로 유치했다. 마켓컬리도 사업 시작 단계부터 5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올 4월 1000억 원을 추가 유치했다.
익일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최초로 선보인 ‘쿠팡’은 2018년 매출 4조 원을 돌파했다. 고성준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물류비를 줄이거나 서비스를 제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은 자사 서비스에 대해 “고객 만족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에 대한 고객 니즈가 지속되는 한 서비스 확충은 옳은 방향이며 물류비 등의 지출은 고정비용이므로 당장의 출혈은 큰 고민이 아니다”며 “새벽배송 사업은 대기업까지 뛰어들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인데다 쿠팡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기 때문에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이미 새벽배송을 기준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물류 관리 비용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며 “적자폭 감소보단 서비스 품질 개선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만성 적자’를 감수해가면서도 로켓배송과 샛별배송 등의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두 곳 모두 ‘성장을 위한 지속 투자’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서로 목적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행보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고비용 투자”라고 진단했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지속적인 투자로 ‘1인자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단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매출이 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지배력이 더 커지는 선순환을 보이는데, 쿠팡은 이 같은 선순환 궤도에 오르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에서는 마켓컬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데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1인자가 되기 위한 출혈경쟁이라기보다 안정적인 매각을 위해 기반 다지기”라고 평가했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물류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언제든 물류 투자를 줄여 흑자를 낼 수 있지만 서비스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기업이 독점시장을 누릴 때까지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또 “관건은 체력”이라면서 “아마존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아마존 웹 서비스(AWS)라는 캐시카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배송경쟁에만 올인하면 안 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경쟁에서 버틸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영 인턴기자 slvr_yo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