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자 처가의 재산 증식 과정이 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종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처가에 관련한 의혹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해명이나 설명은 아직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지검장의 장모와 아내가 300억 원대 수표부도 사기사건의 공범’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범은 징역을 살고 있는데 주범인 윤 지검장의 장모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윤 지검장의 배후설을 제기한 것. 윤 지검장은 당시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잠해졌던 의혹은,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으로 재점화됐다. 2019년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재산공개 관보에 따르면 윤 후보자의 재산은 65억 9000만 원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 중 윤 후보자 개인의 재산은 예금 2억 1300만 원이 전부다. 나머지 63억 원가량은 윤 후보자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토지, 부채, 예금에 해당한다. 12살 연하의 재력가 아내가 공개되자 재산형성 과정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김 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경영대학원을 마쳤다고 알려졌다. 현재 문화예술기업인 코바나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김건희 씨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윤 씨와 결혼했던 2012년부터다. 2008년 설립된 코바나는 혜성처럼 등장해 2012년 이후 굵직한 전시를 잇달아 개최했다.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가 코바나에 상무로 재직하며 더욱 화제가 됐다. 하지만 40대인 김 씨가 어떻게 수십억 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윤 후보자를 만나기 전부터 김 씨와 그 모친은 상당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 씨의 재산 증가는 모친이자 윤 후보자의 장모인 최 아무개 씨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김 씨 가족이 법인을 여럿 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함께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최 씨의 대표적 사업은 숙박 및 휴게업이다. 최 씨는 1987년 주식회사 M을 세웠다. M 사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건설하고 운영을 맡아왔다. M 사는 최 씨가 대표이사에, 김 씨와 오빠가 이사에 이름을 올려 사실상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또 최 씨는 1995년 남양주에서 숙박업을 했다. 2001년에는 경기도 양평의 땅을 경매로 낙찰 받았다. 이후 이 땅은 2002년 개발지구로 선정돼 최 씨는 2004년 토지보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B 사, C 사 등을 세워 부동산 등 사업을 해왔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최 씨는 여러 문제에 휘말렸다. 2001년 건축법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업 파트너 정 아무개 씨와 사이에서 진행된 10건이 넘는 고소고발 사건이다. 최 씨가 2003년 경매 받은 빌딩의 이익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민사와 형사소송이 여럿 제기되며 법정다툼만 수년째 이뤄졌다. 최 씨의 사업파트너 정 씨는 검찰이 최 씨의 입장만 대변했는데, 그 배후에 윤 후보자의 입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검찰에 윤 후보자와 관련된 진정이 두 건이나 접수됐다.
당시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 씨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사건의 핵심 관계자 백 씨가 법정에서 말을 바꾸기도 하고, 최 씨의 위증 종용에 대한 폭로도 나왔다. 하지만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은 대부분 검찰과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앞의 사건의 핵심관계자였던 법무사 백 아무개 씨와 최 씨의 또 다른 법정다툼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백 씨는 당초 최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인물이다. 그런데 이후 최 씨는 백 씨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씨는 “백 씨가 돈을 주면 정 씨와의 다툼에서 이기게 해 준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 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백 씨에게 빌린 돈을 갚으라고 판시했다.
또한 백 씨의 아내가 과거 소유했던 집은 최근까지 김건희 씨가 소유하던 집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2018년 해당 아파트를 매도했다.
윤 후보자 처가리스크와 관련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결혼하기 이전의 처가 문제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까지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윤 후보자 아내와 장모가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해오고 재산을 불려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나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공직자는 “윤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이미 처가리스크와 재산부분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결혼 전 처가의 축재문제까지 적용해 따져 묻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