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종현 기자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정작 어려운 시기에는 필요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대통령을 잘 이해하는 참모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는 문재인 정부 명운이 걸려있다. 총선에서 패하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우려까지 있다. 이런 시기에 3철이 문 대통령에게 꼭 필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 전 수석이 복귀해 부산 지역에 직접 출마하고 PK(부산경남)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구청장, 군수) 16곳 중 13곳에서 승리하고 시의회까지 장악하는 초유의 성과를 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부터는 PK지역 여야 지지율이 다시 역전됐다.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이 전 수석이 직접 나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PK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PK는 누가 뭐래도 보수텃밭이다. 오랫동안 보수텃밭이었던 탓에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고질적인 인물난을 겪고 있다”면서 “한 석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이 전 수석이 출마하면 당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대통령 최측근이 온다고 하면 예산 배정 등에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니 반기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전 수석은 경남고-부산대를 나와 부산 내 인맥이 탄탄하다고 한다. 이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국정상황실장 등을 맡은 바 있어 행정과 정치 경험도 풍부하다. 이 전 수석은 1000만 영화 ‘변호인’에서 피해자 역할을 맡은 임시완의 실제 모델로 극적인 인생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전 수석이 수차례 고사했음에도 지난 지방선거 때는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부산시장 출마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을 정도로 지지층이 두텁다. 여권 내에서 이 전 수석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한 이 전 수석 측근은 “이 전 수석은 절대 출마 안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요구를 거절하면서 “정치를 하려면 모르는 상갓집도 가야 되고, 결혼식도 가야 되는데 모르는 집은 못가겠더라. 제가 낯가림이 심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성격이 정치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측근은 “이 전 수석은 정치에 뜻이 없다. 어디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자유인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 선거 나가시라고 그렇게 등 떠밀었는데 안했다. 이 전 수석은 정치 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측근은 “이 전 수석이 부인과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이 여행을 좋아하는데 이젠 여행코스 개발 명분으로 여행을 다닌다.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이제 이 전 수석은 조직도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전 수석을 따르던 이들이 아무런 혜택도 못 봤다. 이 전 수석이 공천에 전혀 개입을 안했다. 지방선거 이후 이 전 수석을 따르던 이들이 우르르 빠져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과 노무현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부산 지역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수석은 출마 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수석과 통화한 지 5~6개월은 됐다. 이 전 수석이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은 있는데 저는 기대도 안 한다”고 했다.
반면 한 이 전 수석 측근은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하면 이 전 수석이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선거 판세가 기울면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이 직접 출마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부산 지역 선거를 뒤에서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원(ONE)팀’이란 구호를 내세워 공천 탈락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도록 유도했다.
덕분에 선거 때면 어김없이 터져 나왔던 공천 잡음이 부산 지역에선 잠잠했다. 민주당이 지난 부산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전 수석이 있었다는 평가다.
이 전 수석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최근 부산시 관계자들에게 정책적 조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때에는 “이호철이 이해찬을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끊임없이 ‘이호철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당선 후엔 해외를 떠돌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런 양 원장도 결국 지난 5월 14일 민주연구원장으로 당에 복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이 정치를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어떤 행태로든 복귀할 거라고 본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회전문 인사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 인재풀이 바닥났다는 증거다. 임기 후반기가 되면 대통령을 든든하게 지켜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된다. 이런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3철이 모두 복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복귀한 후 큰 사고(서훈 국정원장과 회동)를 치지 않았나. 3철이 모두 복귀하면 일거수일투족이 언론 감시대상이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어떤 악재가 터질지 모른다.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3철 복귀는 문 대통령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