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튜버로 활동중인 이현지 씨. 사진 = 유튜브 캡쳐
[일요신문] 1인 미디어가 대세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5위에 유튜버가 당당히 자리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이 늘고 있다. 이른바 쌤튜버(선생님+유튜버)다.
‘쌤튜버 열풍’에 교육부가 불을 지폈다. 최근 교사들에게 교육 목적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기로 한 것. 4월 초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버로 활동하는 교사가 전국에 934명이었다.
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가 유튜브인 만큼 유튜브 활동을 하려는 교사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화성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김 아무개 씨(24)는 “요즘 학생들은 TV가 아닌 유튜브를 보면서 컸다”며 “학생들과 면담을 할 때도 유튜브 얘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향력이 큰 만큼 유튜브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 랩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쌤튜버
학생들과 함께 부른 자작곡 ‘다시 만날 때’ 영상은 조회수 77만 뷰를 기록 중이다. 사진 = 유튜브 캡쳐
이현지 씨(26)는 취미로 유튜브 채널 ‘달지’를 운영 중이다. 본업은 경기 광명시 빛가온초등학교 교사다. 이 씨는 학생들에게 ‘랩 하는 선생님’으로 불린다.
학생들이 하교한 후 교실은 이 씨의 무대가 된다. 이 씨가 주로 빈 교실에 혼자 남아 랩 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때문. 이 씨의 영상에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로 전학 가고 싶다’, ‘달지쌤이 담임쌤이면 소원이 없겠다’ 등 학생들의 댓글이 달린다.
2018년 9월 이 씨는 반 학생들과 함께 자작곡 ‘다시 만날 때’를 부르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은 6월 21일 기준 조회수 77만 뷰를 기록 중이다.
이 씨는 “선생님이 됐을 때부터 꿈이 반 아이들 목소리를 담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꿈을 빨리 이뤘다. 행복하다”라고 유튜브에 소감을 밝혔다.
# 수업도 영상으로…더 쉽게, 더 재밌게
‘참쌤스쿨’ 제작에는 현직교사 90여 명이 참여한다. 사진 = 참쌤스쿨 블로그
학습 자료나 학급 소식을 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유튜브 채널이 ‘참쌤스쿨’이다. 참쌤스쿨은 전국 초등교사 90여 명이 공동 제작하는 채널이다. 교사들은 각자 파트를 맡아 3~6학년 사회·과학 교과서를 분석해 이해하기 쉽도록 학습 자료를 만든다. 동영상과 그림, 그리고 짧은 설명을 곁들이는 형식이다.
실제 수업시간에 ‘참쌤스쿨’영상을 활용하는 교사도 많다. 김 아무개 교사(27)는 “유튜브 학습 자료가 판서나 교과서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과거 유행했던 학습만화가 이제는 유튜브로 옮겨갔다고 보면 된다”고 학생들에게 참쌤스쿨 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쌤튜버 박준호 씨(34)는 현직 교사 58명과 함께 ‘몽당분필’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몽당분필은 과목별 퀴즈 자료나 소프트웨어 코딩 과목 등 교육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영상에는 ‘잘 정리된 자료 덕에 시험 잘봤다’, ‘아이들에게 꼭 보여줘야 할 영상이다. 고맙다’ 등 학생과 교사들의 댓글이 달린다.
초등 교사 유튜브 수익 창출 관련 청와대 청원. 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쌤튜버가 늘면서 반대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쌤튜버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쌤튜버의 징계를 요청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유튜브를 통한 교사들의 수익 창출과 무분별한 콘텐츠에 따른 부작용이다.
공무원인 국공립학교 교사들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된다. 다만 학교장 허가를 얻으면 겸직할 수 있다. 학교장은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릴 우려’, ‘공무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겸직을 허가할 수 있다.
쟁점은 교사의 품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튜브 활동을 하는지, 수익 창출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쌤튜버 활동 관련 찬반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교육부는 교사의 ‘유튜브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교육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최종검토 및 승인만 앞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교사의 품위를 저해하지 않는다면 교육 목적 외에 콘텐츠에 대해서도 겸직을 허용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표 인턴기자 minpyo8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