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오전 KFC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민표 인턴기자
[일요신문] 6월 19일부터 치킨브랜드 KFC 일부 매장에서 ‘닭껍질튀김’ 한정판매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6월 21일 오전 KFC 노량진역점 앞은 닭껍질튀김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픈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오픈 시간인 10시에는 대기줄이 40-50여 명에 달했다. KFC 측에 따르면, 닭껍질튀김은 19일과 20일 모두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 노량진역점, 강남역점 등 6개 매장에서만 한정판매하는 탓이었다.
21일 오전 9시 30분 경 노량진점을 찾은 김 아무개 씨(22)는 “요즘 ‘인싸템(유행하는 아이템)’이라고 해서 일찍 왔다”며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에는 닭껍질튀김 후기가 넘쳐난다.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닭껍질튀김’으로 검색하면 1000개 이상의 후기가 검색된다. 출시된 지 3일만이다.
닭껍질튀김은 말 그대로 닭의 껍질 부위만 튀긴 제품이다. 짭짤하면서 겉은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닭껍질튀김은 애당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부 KFC 매장에서만 판매되던 제품이다. 국내 출시 계획이 없던 닭껍질튀김이 출시된 사연은 이렇다.
발단은 5월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치킨 갤러리’의 한 이용자가 올린 글이었다. 글쓴이는 “내가 로또되면 KFC 매장 문 박차고 들어가서 치킨을 시킨 후 껍질만 벗겨달라고 해서 가져오는 게 꿈이었다”며 닭껍질튀김을 소개했다.
닭껍질튀김 출시 소식을 접한 글쓴이는 “그런데 문제는 자카르타 6개 매장에만 판다는 거다”라며 “직접 검색해보니 자카르타에 KFC 매장이 160개나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진 = 디시인사이드 캡쳐
글쓴이는 “이대로 포기할 거라면 KFC 가입도 안했다. 그래도 한국 KFC 본사는 알지 않을까. 내 VIP 권력을 이용하면 좀 친절하고 신속하게 닭껍질튀김을 파는 매장 위치를 알려주지 않을까 해서 한국 본사에 문의를 넣었다”며 한국 KFC 홈페이지 온라인 문의 답변 내용을 첨부했다.
첨부된 사진에 따르면 KFC 측은 “아직 한국 KFC에서는 닭 껍데기 판매 및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없으나 미국 본사에 고객님의 의견을 정리해 질문한 뒤 새로운 신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른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글쓴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미국 KFC 본사와 인도네시아 KFC에 연락해 닭껍질튀김 판매 매장 위치를 알아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쳐
글쓴이는 실제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까지의 왕복 노선을 알아본 이미지를 첨부하며 “내 목표는 관광이 아니라 오로지 내 꿈의 메뉴를 먹는 것이다. 금요일 출발해서 일요일에 도착하는 스케줄로 여행 계획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일어난 것. 글쓴이는 “아무리 인생 메뉴라도 시위대에 잡혀서 뉴스에 나오는 건 수지가 안 맞아서 못가겠다. 아쉽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글쓴이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솔직히 너희도 닭껍질튀김 먹고 싶지 않느냐. 사람 한 명 살려주는 셈 치고 KFC 홈페이지에 닭껍질튀김 한국 시판 요구 글 하나씩만 써달라”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KFC 홈페이지에 글 쓰고 왔다’, ‘나도 동참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누리꾼들의 닭껍질튀김 출시 요청이 잇따르자 결국 업체는 제품의 국내 출시를 확정했다. KFC 측은 당시 고객 문의 답변을 통해 “닭 껍질 튀김 판매에 대한 문의가 너무 많아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김민표 인턴기자 minpyo8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