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에는 강남에 은마아파트를 건설했다. 특이한 점은 한보그룹 본사가 은마아파트 상가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대기업이 사옥을 따로 두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이 역시도 역술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는 말이 있다. 1980년대에는 금호산업철강을 인수해 철강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은마아파트 상가에 위치했던 한보그룹 본사. 사진=일요신문DB
1991년 한보그룹은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을 겪으면서 큰 위기를 겪게 된다. 이 사건은 1989년 택지개발 지구로 지정된 수서 지역을 특정 조합에만 공급한 비리 사건이다. 원래 이 지역은 개발 후 일반인에게 공급해야 했지만 특정 조합에 불법적으로 분양한 것.
이 과정에서 한보그룹은 서울시에 로비를 한 것으로 전해지며 특혜를 일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한보그룹은 주택 사업대신 제철 사업에 주력했다.
하지만 한보그룹은 제철소 건설비용을 위해 금융권에서 수조 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부도를 맞았다. 현재 정태수 전 회장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정 전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는 22일 도피 21년 만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됐다. (관련기사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아들 정한근, 도피 21년만에 체포)
한보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한보철강은 현대제철이 인수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계열사인 상아제약은 녹십자에, 대동조선은 STX그룹에 넘어가는 등 공중분해됐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