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민(16) 군 “학교서 심폐소생술 실습한 것이 큰 도움”
- 대구달서소방서 하트세이버 인증서 전달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심정지는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돌발적이기에 의료시설이 아닌 가정이나 직장 또는 길거리에서도 발생한다. 그래서 첫목격자는 대부분 가족이나 동료, 길을 지나가는 행인이다. 이때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을 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
대구 달서소방서가 17일 심정지가 온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김정민(16)군에게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직접 실습한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심정지로 쓰러진 아버지를 심폐소생술(CPR)로 살려내 눈길을 끈다.
대구 달서소방서는 지난 17일 자신의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김정민(16)군에게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서를 전달하며 김군의 공적을 치하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8일 새벽 6시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김영수(48)씨는 대구시 달서구 본동의 자택 거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의식을 잃었다. 김씨는 전날 밤부터 속이 좋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힘겨워했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아들 김군과 김씨의 부인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원은 영상통화를 통해 김씨의 상태를 살핀 후 위급함을 직감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김군은 두려움에 떨렸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해 본 경험을 되살리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맨 처음 자세를 편하게 해주세요.” 구급대원은 영상통화로 심폐소생술을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시범을 보였다.
아들 김군은 구급대원이 알려준대로 침착하게 아버지를 바로 누인 후 심폐소생술를 실시했다. 김씨의 부인은 아들과 구급대원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들고 영상통화를 도왔다.
김군은 심폐소생술로 아버지의 숨을 한번 틔었으나 다시 숨이 멎을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다. 이때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원은 자동심장충격기(AED)의 전기충격을 통해 김씨의 의식을 되살렸다.
김씨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당시 김씨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를 살린 김정민군은 대구경구중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평소 체육선생님이 안전교육 차원에서 심폐소생술을 알려주셨고, 방학식 전이나 현장체험학습 전에도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교육을 받았어요. 전교생이 모두 모인 강당에서 PPT를 통해 자세한 설명도 들었는데 그때 기본 지식을 쌓게 된 것 같아요. 2학년 때는 체육수행평가 차원에서 직접 인형을 만지면서 실습을 해 봤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119구조대 관계자는 “심정지 발생 시 119 신고를 시작으로 즉각적인 심폐소생술 시술과 구급대원의 신속한 현장 도착 및 전문소생술 등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심정지 환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야 하는 ‘생존사슬(chain of survival)”이라며 심폐소생술은 누구나 배워야 할 필수교육이라고 밝혔다.
한편 심폐소생술은 기도를 열고 가슴에 압력을 가하는 심장마사지로, 호흡이 멈춘 무의식 상태일 경우에만 시행해야 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환자의 의식 여부를 살피고 호흡을 확인할 것 ▲심폐소생술 전 반드시 119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할 것 ▲강한 압력을 가할 것을 대비해 환자를 딱딱한 표면에 눕힐 것 ▲양손을 깍지로 끼고 손꿈치로 가슴 정중앙을 압박할 것(30회) ▲입과 기도 내의 이물질을 제거할 것 ▲턱이 올라가도록 머리를 뒤로 기울여 기도를 확보할 것 ▲인공호흡 시 환자의 코를 꽉 쥐고 입으로 입에 숨을 불어넣어 입에서 공기가 새지 않도록 할 것(2회) ▲숨을 불어넣고 코를 놓아 다시 공기가 나오도록 할 것 ▲119가 도착할 때까지 가슴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할 것 ▲환자의 호흡이 돌아왔다만 옆으로 돌려 눕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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