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18.32%를 갖고 있어 ‘완전 민영화’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자위 측 역시 “잔여 지분을 완전히 매각함으로써 우리금융을 민간의 품으로 완전히 돌려주기 위한 로드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우태윤 기자
사실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의 잔여 지분 매각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매각 시기를 알 수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완전 민영화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공자위 측은 “향후 매각 일정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를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공자위가 밝힌 잔여 지분 매각 방침은 2020~2022년 3년 동안 2~3차례에 걸쳐 최대 10%씩 분산 매각한다는 것이다. 늦어도 2022년까지는 지분을 완전 매각하겠다는 것. 매각 방식은 희망수량경쟁입찰을 통해 진행하고, 유찰 및 잔여 물량은 블록세일로 처리하겠다고 공자위는 설명했다.
희망수량경쟁입찰이란 예정가격을 상회하는 입찰자들 중 가격 순으로 여러 명에게 낙찰시키는 방식으로 2016년 우리은행 과점주주 입찰 때 사용했던 방식이다. 또 블록세일은 가격과 물량을 정해 놓고 특정인에게 일괄 매각하는 방식을 뜻한다. 매각 대상은 기존 과점주주 또는 신규 투자자다.
이렇듯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 방침을 상세히 밝혔지만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현재 1만 4000원 수준의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생각하면 단순 계산했을 때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약 3800억 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 자금은 총 12조 7663억 원이고, 이중 11조 1404억 원이 회수됐다. 공적 자금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18.32%를 총 1조 6259억 원에 매각해야 한다. 다만 이 금액은 자금 회수에 필요한 최소치이기에 실제 매각가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가 가진 우리금융지주 주식이 총 1억 2460만 4797주임을 감안하면 최소 주당 1만 3048원 이상에는 팔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금융지주 주가보다 더 낮게 매각가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천억 원을 우리금융에 투자할 업체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약 3800억 원이다. 수천억 원을 우리금융에 투자할 업체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그렇지만 우리금융이 나름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은 올해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국제자산신탁 인수를 결의했다. 또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6145억 원으로 신한금융(9658억 원)이나 KB금융(8459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금융(5539억 원)과 농협금융(5179억 원)보다는 높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 출범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금융지주사의 구조를 갖추어 가는 중”이라며 “우호적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며 신주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 덕에 추가 M&A에 대한 여력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각에 성공해도 지배구조와 관련한 숙제가 남아 있다. 공자위의 계획대로 분산 매각을 하게 되면 우리금융은 현재와 같은 과점주주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민영화에는 성공했지만 이렇다 할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우리금융 최대주주가 될지, 현재처럼 과점주주가 모여 의사를 결정하는 형태로 운영될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매각 이후) 지배구조에 대해선 우리금융이 고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과점주주 형태의 우리금융 지배구조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과점주주 형태로 운영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의 사외이사들은 돈을 투자한 업체들이 추천한 인사들이다보니 회장 거수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고 있다”며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서 우리금융이 사외이사 수가 적어 몇 명 더 늘어나도 운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매각이 완료된 것이 아니고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논의해야 할 문제이기도 해서 당장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비은행 강화’ 외치는 우리금융 M&A는 언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6월 24일 국제자산신탁 인수를 결의하면서 “앞으로도 캐피탈, 저축은행 및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부문 확충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최적의 경쟁력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 및 기업 가치를 극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미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시킬 여건이 마련된 상태다. 현재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74%를 가진 사모펀드(PEF) 웰투시 인베스트먼트다. 우리금융은 웰투시 지분 50%를 갖고 있어 사실상 아주캐피탈 지분 37%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나머지 37%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다. 아주저축은행은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이기에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아주저축은행도 자연스럽게 인수하게 된다. 다만 아직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자회사 자산에 대해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의 위험가중자산은 전체 금융사의 표준치를 적용하는 표준등급법과 각 금융사의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으로 나뉘는데 우리금융은 현재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 가중치가 커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덩치가 큰 M&A는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한 후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많지만 모니터링은 계속 하고 있고, 폭넓게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의 우선매수청구권 만기는 내년 7월까지기에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자회사로 편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