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개인 외곽회사에 이 회장 아들이 이사로 근무해 이목이 집중되다. 일요신문DB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수만 SM 회장 아들 이현규 씨가 SM의 외곽회사에서 포착됐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현규 씨는 해외명문학교를 다닌 것으로 언론에 소개된 이후 더 이상의 근황이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이현규 씨는 주식회사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에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회사의 대표에 이수만 회장이, 나머지 사내이사에 SM 직원이 이름을 올렸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는 2015년 설립됐다. 2016년 SM은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에 퍼블리싱사업부 영업권을 5억 455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작곡가나 작사가와 관련된 저작권, 퍼블리싱 업무 등을 맡는다. 퍼블리싱은 작곡가와 작사가를 관리하고, 저작권료를 징수해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을 하는 음악출판사라 볼 수 있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는 유영진, 윤건, 진보 등 국내 작가 및 Harvey Mason Jr., Dsign Music, Mike Daley 등 해외 작가의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다. 또 ‘EKKO Music Rights(EKKO)’라는 하위회사도 갖고 있다. EKKO는 서울에 본사를, 유럽과 미국에 별도의 법인을 두고 있다.
SM은 ‘공룡 연예기획사’로 콘텐츠 제작에서 유통까지 전 구조를 아우르는 사업망을 구축했다. 이수만 회장은 중소 엔터테인먼트사 등 각종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SM의 몸집을 불렸다. 이른바 대기업처럼 수직계열화에 성공했고, 이는 SM의 장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SM이 음악 퍼블리싱과 같은 중요 사업부를 외부 회사를 통해 운영하자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또 이 회장의 아들이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컬쳐테크놀로지그룹의 매출은 알려지지 않았다. 해외법인의 매출 역시 알 수 없다. 현재 본사는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SM 측은 “글로벌 작곡가 영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퍼블리싱 사업을 별도회사로 운영하게 됐다”며 “이수만 프로듀서는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이현규 이사는 해외 작곡가 계약을 위해 현지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지만 급여는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SM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수만 회장의 개인 외곽회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수만 회장이 SM의 외곽 회사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음악자문 대가로 이 회장이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으로부터 돈을 받아온 게 문제가 됐다. SM은 라이크기획에 2013년 70억 원 상당을 지급했고, 점차 더 많은 돈을 지급했다. 2018년에는 145억 원이 라이크기획에 지급됐다. 결국 SM이 번 돈이 이 회장에게로 이전된 셈이다.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역시 이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로 설립된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별도의 외곽회사에 전문 경영인을 등기임원으로 두고 있다. 음악 자문 역시 다른 엔터사는 내부 프로듀서 위주로 하는데 SM은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이수만 회장의 수익은 SM과 거래하는 외곽회사에서 나온다. 이 회장은 SM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불린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이 회장은 SM의 사내이사에서 이름을 내렸다. SM에 따르면 이 회장은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이 회장은 SM의 최대주주지만 이로 인한 배당 수익이 없다. SM 상장 이후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장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창구는 개인 소유의 SM 외곽회사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기관투자자들은 SM에게 사업구조를 개선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이 회장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합병하라는 안을 SM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SM은 7월 안에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
업력이 짧은 이 회장 일가의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가 라이크기획과 같은 행보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