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본 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 결혼해 줄게요’라는 결정적 대사가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 결혼해 줄게요”
원작 웹툰의 첫 시작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시즌1은 물론이고 완결된 시즌3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대사는 바로 강소현의 “저는 영부인이 되고 싶어요.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 결혼해 줄게요”다. 이 말 한마디가 결국 목포 건달 장세출을 국회의원으로 만든다.
웹툰을 본 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이 결정적 대사가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부분을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강소현이 영부인이라는 헛된 꿈을 좇는 여성은 아니다. 다만 3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며 구애하는 장세출이 “무엇이든 다 들어준다”고 약속하자 이런 얘길 꺼낸 것이다. 결국 강소현은 “못 하겠다면 두 번 다시 절 찾지 마세요”라고 통보한다. 그렇게 웹툰 ‘롱 리브 더 킹’은 시작된다.
반면 영화에선 그 3년의 시간이 생략됐다. 철거 용역으로 나간 재건축 반대 시위 현장에서 강단 있는 변호사 강소현을 만나 한눈에 반한 장세출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장세출과 강소현의 러브 라인이 강조돼 있다는 것은 웹툰과 영화가 동일하지만 그 3년의 시간이 빠진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영화에서 장세출 구애의 진정성이 다소 약화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국회의원 출마(?)
3년의 시간이 생략되면서 생긴 문제점은 로맨스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바로 장세출이 조폭 세계를 떠나 정치 세계에 몸담으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과정까지 개인성이 헐거워진 것.
영화에서는 강소현에게 반한 장세출이 그녀가 원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고 조폭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목포 시민들이 존경하는 황보윤을 찾아간다. 장세출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황보윤은 점차 장세출의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된다는 설정이다. 그 사이 장세출은 버스 추락 사고에서 시민을 구해 ‘목포 영웅’으로 떠오르고 총선에 출마한 황보윤은 최만수 의원의 지시를 받은 조폭 조광춘에게 테러를 당한다. 결국 크게 다친 황보윤의 제안으로 장세출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문제는 장세출의 출마 과정이 밀도 있게 그려지지 못한 점이다. 강소현에게 반해 황보윤에게 매달리면서 막 인정을 받기 시작할 즈음 영웅이 되고 황보윤이 테러를 당해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되는 과정이 다이내믹하다. 영화의 흐름이 다이내믹한 건 좋지만 웹툰에서의 3년이 생략된 터라 ‘어쩌다 보니’ 조폭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는 관객들이 장세출의 출마와 당선에 크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고 만다.
반면 원작에선 황보윤이 먼저 장세출에게 다가간다. 장세출이 우연히 낚시터에서 대통령을 만나 좋은 인상을 남긴다. 대통령의 천거로 황보윤이 장세출을 만나 그를 정치권으로 데려오려 노력을 기울이는 게 웹툰의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최만수 의원의 지시를 받은 조폭 조광춘이 꾸민 시위 현장에서의 경찰 폭행 사건의 진실을 장세출이 밝혀낸다. 이에 격분한 조광춘이 강소현을 납치하자 장세출이 구해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폭 세계를 떠나기로 결심한 장세출이 최만수 의원의 구속으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이처럼 웹툰은 장세출이 조폭의 세계를 떠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까지의 과정이 중심이다. 심지어 시즌1은 선거 운동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돼 당선 여부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반면 영화는 총선에 출마해서 당선까지의 과정에 집중했다. 그래서 상대 후보가 현직 최만수 의원이며 조광춘의 테러와 납치 등이 모두 선거운동 과정에서 벌어진다.
#사라진 유인탁 의원,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한 영화
웹툰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인탁 의원’이라는 캐릭터의 생략이다. 미래의 대통령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촉망받는 청년 정치인인 유 의원은 강소현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강소현 입장에선 영부인도 될 수 있었던 셈이다.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 결혼해 줄게요”라는 대사는 여기와도 연결된다. 장세출의 거침없는 구애를 받는 과정에서도 강소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유 의원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웹툰에선 상당히 중요한 유 의원 캐릭터가 영화에선 아예 빠져 버렸다.
웹툰에선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등장하고 목포에선 평화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며 현실 속 지역감정도 그려진다. 그렇지만 영화에선 유 의원을 필두로 정치계 관련 인물을 거의 다 배제됐다.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 최대한 정치색을 빼서 괜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출 의도로 보인다.
이후 웹툰은 시즌2, 3를 거치며 장세출은 국회의원이 된 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나중에는 법무부 장관까지 된다. 조폭 출신 법무부 장관의 탄생을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유인탁 의원은 결국 대통령이 된다. 영화 속 아쉬운 2%와 그 이후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는 웹툰이 그 해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웹툰 ‘롱 리브 더 킹’은 시즌3까지는 완결됐고 최근 시즌4가 ‘일요신문’ 지면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되기 시작했다. 또한 시즌1~3은 모두 단행본이 출간돼 절찬 판매 중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