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YG엔터테인먼트 관련, 끝난 수사(버닝썬 승리)와 진행 중인 수사(성접대), 그리고 진행될 수 있는 수사(과거 마약사건 무마 의혹) 관련 의혹들이다. 소속 가수 개인의 일탈이 승리와 버닝썬 논란이었다면, 성 접대 의혹은 회사 차원의 문제고, 마약 사건 무마 의혹은 YG 발 법조게이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마약 사건 무마 의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있어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회유와 무마 과정에서 법조계 발 게이트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 버닝썬 사건부터 불거진 YG엔터테인먼트(YG)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과 향후 수사 방향을 ‘일요신문’이 정리해봤다.
고성준 기자
# 과거완료형 된 승리와 버닝썬 수사 “개인 일탈”
“버닝썬의 ‘정점’은 가수 승리(전 빅뱅 소속)였다.” (경찰 관계자)
버닝썬 사태가 처음 불거지자, 승리는 ‘실질적인 경영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소속사였던 YG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강경하게 언론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5개월에 걸친 경찰 수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6월 25일 오전 승리 검찰 송치 브리핑에서 “버닝썬 설립과 투자자 유치, 운영에 이르기까지 승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버닝썬은 전원산업과 유리홀딩스가 각각 50%의 지분을 가지고 설립됐다. 이 두 회사는 각각 이성현·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를 대리인으로 두고 버닝썬에 관여했는데, 이 가운데 유리홀딩스 측 이문호 대표는 운영 관련 결정을 할 때 승리의 동의가 있었어야 했다. 버닝썬 자금 횡령 혐의에도 승리가 적극 개입했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승리와 유 씨, 린사모가 함께 공모해 총 11억 20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이들을 포함해 버닝썬 공동대표 2명, 린사모 비서까지 모두 6명을 특경법상 업무상 횡령 등에 대한 공범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
# 현재진행형 YG 발 성접대 의혹 “회사 차원 문제”
승리가 개입한 버닝썬이 ‘YG 소속 가수의 개인 비리’였다면 가수 싸이가 관여된 성접대 의혹은 YG의 몸통과 같은 문제다. 가수 싸이는 지난 2014년 7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말레이시아 출신 금융업자 조 로우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 출처 =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쳐
현재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가수 싸이, 양현석 전 대표, 조 로우가 참석한 술자리에는 여성 25명 정도가 동원됐다. 이 여성들은 양현석 전 대표와 친분이 깊은 정 아무개 마담이 고용한 유흥업소 여성들로 이들 가운데 일부가 재력가들과 성매매를 했다는 게 의혹의 본질이다.
양현석 전 대표는 “성매매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양 전 대표가 정 마담을 통해 성매매를 주선했을 경우 알선 혐의 공소시효(5년)에 따라 아직 처벌이 가능하다. 시효 완성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때문에 경찰은 6월 16일 싸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성매매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조사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약 9시간에 걸쳐 이뤄졌는데, 경찰 측은 “의혹에 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가수 싸이는 “양현석 형과 저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여성들을 동원한 정 마담을 포함해 유흥업소 종업원 등 10명 넘게 조사했다. 빠르고 신속한 수사 탓에, ‘양현석 처벌 가능성’이 법조계에서 힘을 받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래 YG는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접대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며 “결국 이번 성접대 이슈도 경찰, 검찰 등 사정당국들이 첩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냐. 이번 사안이 아니더라도 YG 처벌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풀이했다.
# 미래 가능성 농후한 ‘마약 발 게이트’ 일단 경찰 칼날 맡기나
양현석 전 대표 성접대가 ‘수사 결과가 예측 가능’한 이슈라면, 과거 YG 소속 가수들의 마약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은 ‘게이트’로 불거질 수 있는 폭발력이 있는 이슈다. 법조계가 예의주시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사안의 경우, 부실 수사 책임을 검찰과 경찰이 서로 떠넘기는 과정 속에서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원지검 소속 A 검사는 지난 2016년 당시 연습생 출신 공익제보자 B 씨를 비롯해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 승리 등 YG 소속 연예인이거나 이들과 관련된 마약 의혹 사건을 모두 전담했다.
문제는 당시 A 검사가 YG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줬다는 것. A 검사는 B 씨 사건을 송치 받으면서 비아이의 마약 혐의가 담긴 보고서도 함께 건네받았지만, 단순히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아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B 씨가 “비아이에게 마약을 사줬다”고 진술한 적도 있지만,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승리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비아이. 사진 출처 = MBC every1 ‘비디오스타’ 방송 화면 캡처
논란은 B 씨가 최근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공익 제보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B 씨는 2016년 8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며 “이후 경찰에 ‘비아이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한 것은 맞지만, 그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함께 마약을 하지도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 사이 YG의 협박이 있었다”고 배후를 털어왔다. 빅뱅 멤버 탑의 대마초 사건 당시에도 양현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YG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8일 비아이 마약 사건 관련 자료 등 관련 내용을 대검찰청에 이첩했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부장 이성윤 검사장)는 검토를 거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사실 관계를 철저히 밝혀내겠다”며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변수는 경찰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던 경찰은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부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 수사해 올린 것들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무혐의 등으로 무마됐다는 것인데, 경찰 내부에서는 당시 YG 수사를 담당했던 주임검사 A 씨를 상대로 사건 처리과정 전반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경우 경찰의 수사는 자동으로 ‘STOP’되는 탓인지, 경찰은 일단 “A 검사 수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수사 착수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사권 조정 문제로 촉발된 검·경 두 기관간 갈등 국면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에 불리한 흐름이 생길 경우, 언제든 A 검사 등 YG 사건에서 비롯될 법조 게이트 사건을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YG의 법조 이슈를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YG가 잘나갈 때만 하더라도 YG 사건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았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최근 언급되는 YG 소속 연예인들 마약 사건도 그렇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YG가 매출의 핵심인 빅뱅 등을 지키기 위해 사방팔방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회유와 무리한 부탁 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법조 브로커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YG 사건들이 회자됐다. 이번 사건도 과거부터 잡음들이 있었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