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 ‘빕스’ 매장은 2014년 89개에서 올해 58개로 감소했다. 롯데지알에스는 ‘T.G.I. 프라이데이스’ 매장을 2014년 40개에서 지난해 말 27개로 줄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가운데 유일하게 10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한 이랜드파크 ‘애슐리’도 2014년 155개에서 올해 103개로 매장을 줄인 상태다.
가족 구성원 변화와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는 패밀리 레스토랑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4개 매장을 운영하던 CJ푸드빌 ‘계절밥상’은 지난해 29개로 감소했으며, 올해도 13개 매장이 폐점해 현재 16개만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파크 ‘자연별곡’은 2016년부터 지난 25일까지 6개 매장이 문을 닫아, 4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실적 면에서도 이들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드파크는 2016년 804억 원, 2017년 376억 원, 지난해 9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비록 적자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CJ푸드빌은 2016년 52억 원 흑자를 봤으나 2017년에는 402억 원 손해를 봤다. 지난해에는 89억 원의 당기순손실 89억 원을 기록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갈 길이 멀다. 롯데지알에스의 당기순손실은 2016년 11억 원, 2017년 31억 원, 지난해 32억 원으로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 변화한 소비 트렌드…뒤처지는 패밀리 레스토랑
이젠 혼자 밥을 먹는 게 불편하지 않은 사회다. 연합뉴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패밀리 레스토랑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족 구성원 변화에 따른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를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78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이란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가족 구성원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혼밥’을 즐긴다는 김 아무개 씨(26)는 “두세 번 정도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식사하러 간 적이 있는데, 1인분 메뉴가 부족한 점이 가장 불편했다”며 “단체 손님이 많아서인지 나처럼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패밀리 레스토랑은 2인 이상의 세트 메뉴가 주류를 이룬다. ‘빕스’의 경우 1인분 메뉴는 정상가로 판매되는 반면 2인 세트 메뉴부터 할인해주거나 샐러드 바 무료 이용 등 혜택을 준다.
젊은 세대에 점점 외면을 당하고 있다는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이 침체기를 맞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rgramable,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만한)’ 사진을 올리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이 개성 있는 음식점을 찾아 나서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서 아무개 씨(27)는 “골목 상권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쁘게 차려진 음식 사진도 찍으면서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장소가 많은 반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그렇게 할 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며 “음식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찾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용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정보부 부장은 “패밀리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 가족끼리 외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였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이제 ‘외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며 거창한 식사 자리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한 끼를 해결할 장소를 원한다”고 말했다.
# ‘혼밥족’보단 기존 고객 유지에 초점…‘메뉴 다양화’, ‘가정간편식 판매’로 돌파구 마련 중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관계자들은 바뀐 소비 트렌드에 따른 업계 부진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혼밥족’이 식사하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혼밥’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단위 고객 방문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인 테이블 마련’과 같은, 1인 고객들을 끌어들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들은 새 고객 유인보다 ‘기존 고객 지키기’에 더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파크와 롯데지알에스의 경우 젊은 세대 입맛을 겨냥한 신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2주마다 소비자들의 음식 선호도를 파악하고 있으며 기존엔 새로운 메뉴를 분기마다 선보였지만 이젠 1, 2개월로 시기를 당겼다”며 “고객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CJ푸드빌 ‘계절밥상’은 지난해 HMR(가정간편식) 판매를 시작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대표 메뉴를 가정에서 즐기길 원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아 HMR 판매를 시작했다”며 “최근 HMR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메뉴 추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찬웅 인턴기자 pcw02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