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 한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전 감독.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미국 메이저리그가 시즌 중반에 접어 들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현시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투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올 시즌(6월 27일 기준) LA 다저스 선발투수인 류현진은 15경기에 등판해 99이닝을 소화했다. 성적은 9승 1패 평균자책 1.27이다. 류현진은 다승, 평균자책,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등 주요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가깝게는 ‘올스타전 선발투수’, 멀게는 ‘사이영상’까지 넘볼 수 있을 만한 성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어깨, 팔꿈치, 사타구니 부상에 시달렸던 류현진은 2019년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부활 선언의 결과는 놀라운 성적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류현진 부활’을 유심히 지켜보는 야구인이 있다. 바로 KBO 총재특보 직을 맡고 있는 김인식 전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김 전 감독은 2006시즌 한화 이글스 신인 류현진을 과감하게 선발투수로 발탁한 지도자로도 유명하다.
6월 22일 ‘일요신문’은 ‘세계 리틀야구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 전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개막식 행사를 마친 뒤 김 전 감독의 시선은 내빈실 TV에 꽂혀 있었다. 그는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김 전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며, 류현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KBO 리그에서 뛰던 류현진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은 조금 다르다”며 “류현진이 한국에 있을 땐 주로 3가지 구종을 활용해 타자를 상대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의 말처럼 데뷔 초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3가지 구종을 사용했다. KBO 리그 데뷔 이후 류현진은 신무기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한 단계 성장한 바 있다.
김인식 전 감독은 “KBO리그 류현진과 메이저리그 류현진은 약간 다르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신무기를 더 개발했다. 김 전 감독은 “지금 류현진은 최대 6가지 구종을 활용한다”면서 “타자를 상대할 때 주력 구종은 4~5가지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의 분석은 거의 정확했다. 미국 야구기록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는 류현진의 구종을 총 6가지로 분류했다. 올 시즌 류현진이 사용하는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였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이 가장 자주 던지는 공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비율은 30.4%였다. 뒤를 이은 건 ‘결정구’ 체인지업으로 구사 비율은 26.1%였다. 변형 속구의 구사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류현진의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각각 20.1%, 11.8%였다. 류현진의 제5구종은 커브였다. 구사 비율은 11.4%였다. 여섯 번째 무기인 슬라이더(구사 비율 0.2%)는 실전에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류현진 속구가 KBO 리그 시절처럼 빠르진 않다”면서 “하지만 체인지업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전 감독은 남은 시즌 류현진의 성공 열쇠를 ‘건강’으로 꼽았다. 그는 “(류현진이) 아프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며 “올해 잘 던지면 4~5년 장기계약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계약을 맺게 되면, 더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류현진 은사’ 김인식 전 감독이 꼽은 차세대 메이저리거 후보는 누구일까. 김 전 감독은 “최근 각 구단에서 자질 있는 젊은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도 특정 선수를 거론하진 않았다. 이어 김 전 감독은 “이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한 선수가 나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