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롱(Sing-Along)’이란, 영화를 관람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형태의 상영을 말한다. 작년 겨울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을 타고 CJ CGV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6월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선 영화 ‘알라딘’의 4DX 싱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떼창’에 특수효과까지 더해졌다. 여기다 뮤지컬 영화라는 특징까지 더해져 싱어롱은 ‘댄스어롱(Dance-Along)’으로까지 번졌다.
‘알라딘’ 싱어롱 상영회는 팬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CJ CGV 관계자는 “경쟁률이 자그마치 143 대 1이었다. 51명 초청행사에 무려 7313명이 신청을 했다”며 “열화와 같은 성원에 결국 싱어롱 상영을 15회 추가했다”고 말했다. 영화 팬들이 싱어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영화는 한국 극장가 ‘흥행 보증수표’다. 지난해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994만 6132명의 누적관객을 동원하며 ‘퀸’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에는 싱어롱 열풍도 한몫했다.
한국 관객의 음악 사랑은 유명하다. ‘떼창’ 문화가 대표적이다. 해외 가수들이 내한 공연을 하고나면 떼창을 잊지 못하고 한국을 다시 찾곤 한다. 그런데 이젠 콘서트장이 아닌 영화관에서도 떼창이 가능해졌다. 관객들이 열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6월 11일 왕십리 CGV에서 영화 ‘알라딘’ 싱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사진=CGV 제공
대학생 임윤아 씨는 “싱어롱의 매력은 ‘떼창’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임 씨는 대학 커뮤니티에서 주최한 싱어롱 단체관람에 참여했다.
임 씨는 “단체관람에 참여한 학생들이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고 야광봉을 나눠주기도 했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속 공연 티켓을 만들어 나눠준 게 기억에 남는다. 영화관이 아니라 축제현장 같았다”고 회상했다.
작년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회에 다녀온 문선영(가명) 씨는 싱어롱의 매력으로 ‘현장감’을 꼽았다. 문 씨는 “그 전까진 영화관에서 음악을 귀로만 즐기다가 온몸으로 즐기게 되니 마치 영화 속 공연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또 “내 방식대로 영화를 즐길 수 있기에 특별하다”고도 말했다. 문 씨는 “싱어롱은 그 영화의 팬들이 많이 모인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나를 내려놓고 마음껏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마치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면서 박수치고 노래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라며 웃어 보였다.
6월 15일 ‘알라딘’ 싱어롱 상영회에 참여한 30대 남성 임종범 씨는 “뛰어난 몰입감이 최고 장점”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임 씨는 “주변 관객들이 탬버린이나 소고를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다 같이 노래도 따라 부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며 “같은 영화를 일반상영으로 관람했을 땐 꾸벅꾸벅 졸았다”고도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싱어롱은 콘서트나 뮤지컬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공연을 생동감 있게 즐기려면 비싼 좌석을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싱어롱은 뮤지컬보다 티켓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조슬기 씨는 “시간적 효율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콘서트엔 대기 시간이 있다. 공연 시작 전 두 시간가량 서서 대기해야 한다. 더구나 집이 경기도이다 보니 공연이 밤 늦게 끝나면 숙박까지 해야 한다”면서 “콘서트 한 번 가려면 이틀은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씨는 “싱어롱은 콘서트보다 훨씬 편한 점이 많다”며 “싱어롱도 서울에서만 열리긴 하지만 가까운 상영관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영화 시작 전까지만 영화관에 도착하면 되고 끝나면 바로 집에 갈 수도 있다. 괜한 고생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싱어롱은 영화와 공연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나의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됐다.
싱어롱 열풍에 대해 CJ CGV 관계자는 “영화 몰입을 돕는 상영 환경과 싱어롱이라는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는 스크린X 상영관에서, ‘알라딘’은 4DX 상영관에서 싱어롱 상영을 했다. 적절한 상영관 배치로 현장감과 몰입감을 끌어 올렸다. 여기에 노래와 춤까지 더해져 재미가 극대화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영 계획에 대해선 어두운 전망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싱어롱에 대한 관객 요구가 많은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효과적인 싱어롱 상영이 이뤄지려면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돼야 한다. 그 점에 대해 영화 배급사 측과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영 인턴기자 slvr_yo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