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양측 모두 이혼에는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이미 이혼을 합의했는데 합의 이혼이 아닌 이혼 중재 과정을 거치려는 것일까. 사실 재벌가와 연예계에서 이혼 조정이 다소 편법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조정이 소송으로 가는 전 단계이기도 하지만 보다 빠르고 손쉽게 이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양측이 이혼을 합의했을지라도 법적으로 합의 이혼을 진행하려면 당사자인 부부가 직접 법원을 방문해야 하며 확정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이혼 조정은 당사자가 아닌 법률대리인이 가정법원에 대리 출석할 수 있고 합의만 이뤄지면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결국 실제는 합의 이혼이지만 편의를 위해 ‘조정’이라는 과정을 활용하는 셈이다. 현재까지의 양측 입장을 놓고 볼 때 빠르고 손쉬운 마무리를 하기 위해 ‘조정’을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는 다소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예인의 경우 ‘조정’을 통해 이혼하는 경우는 많다. 그럼에도 이런 경우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조정 전’이 아닌 ‘조정 후’에 그 사실을 대중에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중은 조정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합의이혼’으로 알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송중기 측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바로 다음 날 그 사실을 공개했다. 물론 ‘일요신문’이 관련 취재를 진행해 보도가 임박한 상황이라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혼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송중기와 송혜교 양측은 소위 말하는 ‘합’이 맞지 않는 모양새를 여러 번 보여 준 부분은 다소 의아하다.
우선 양측이 이혼을 발표하는 공식입장을 같은 시간에 매스컴에 배포하지 않았다. 송중기 측이 먼저 공식입장을 통해 이혼 사실을 밝히고 수십 분 뒤 송혜교 측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완벽히 합의된 상황에서 조정이라는 과정만 거치는 경우에는 공식 입장 발표 시간 등도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이혼 사유에 대해서도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성격 차이’라는 명확한 이유를 밝힌 송혜교 측은 “양측이 둘의 다름을 극복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입장인데 반해 송중기 측은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원만하게 이혼절차를 마무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공식 입장 발표 시간은 물론 그 내용도 사전에 합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송중기 측의 ‘잘잘못을 따진다’ ‘서로를 비난한다’ 등의 표현은 이혼의 귀책사유에 대한 다툼이 내포돼 있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기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혼 합의에 대해서도 말이 엇나간다. 송혜교 측은 “양측이 이미 이혼에 합의한 상태로, 이에 따른 조정 절차만 앞두고 있다”는 입장인데 반해 송중기 측은 “이혼 자체의 큰 틀은 합의됐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 과정에서 이혼에 합의할 것이라는 입장은 일치한다. 게다가 이들의 경우 이혼 과정에서의 분쟁 요인도 많지 않다. 이혼 과정에서의 쟁점은 우선 양육권, 친권, 양육비 등 2세에 대한 분쟁, 귀책사유에 따른 위자료, 그리고 재산 분할 등이 있다. 송중기 송혜교의 경우 2세가 없고 결혼 기간이 짧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많지 않아 재산 분할도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100억 원대 신혼집 역시 송중기가 결혼 전이 미리 구입한 것이라서 재산이 섞인 부분이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위자료 역시 둘의 경제 능력을 감안할 때 그리 큰 분쟁 요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송중기 측은 합의 과정에서 위자료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법률 대리인이 모두 큰 틀에서 이혼이 합의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주요 쟁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송중기 측이 말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선 여기서 언급된 ‘세부적인 부분’이 이혼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의 세부 조건이나 여기에 쓰이는 문구 등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모두 톱스타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이혼 합의서에 보다 사항이나 조건이 추가될 수 있고 이런 부분에서 문구 등을 두고 양측이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물론 이런 부분 역시 충분히 이혼 조정 과정에서 합의될 수 있다. 양측 모두 조용히 마무리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송중기 측이 말하는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할 경우 양측은 소송까지 갈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법원에서 잘잘못을 따져가며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 역시 아직은 남아 있는 셈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