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고성준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7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 특실에 1박 2일 동안 입원했다. 감기로 인한 고열 등으로 약을 먹어오던 이 전 대통령의 병세가 심해져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일정마다 취재진이 대거 몰렸지만 이번엔 달랐다. 병원은 경비가 삼엄하지도 않았고 취재진이 몰리지도 않았다. 병원 직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입원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입퇴원 등 병원일정은 이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비서와 경호인력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판부로부터 접견이 허용됐다. 다만 이들을 통해 사건이나 재판에 관련된 인사들과 접촉을 해선 안 된다.
한 측근은 “최근 건강이 좀 안좋다고 들었다. 심각한 것은 아니고 가벼운 감기몸살 정도로 알고 있고 오늘(28일) 중 퇴원할 것”이라며 “건강이나 근황 등은 수행비서를 통해 측근들이 전달받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조건부로 보석을 허가받은 뒤 자택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다. 주거지가 자택으로만 제한됐기 때문이다. 또 변호인과 배우자, 직계자녀만 접견이 가능하고, 이메일이나 SNS 등 통신도 불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문제를 이유로 서울대병원을 주거지로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강상태를 이유로 들었던 병보석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제출한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증, 식도염, 탈모 등 9가지 병의 증세가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원은 사전에 법원 허가를 얻은 것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건부 보석 중인 피고인이 감기몸살로 대학병원 특실에 입원한 것이 특혜라는 것. 또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 언론에 “의료진이 권해서 입원하게 됐다”고 밝혀 서울대병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단순한 감기몸살 환자에게 입원을 권하는 게 통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 예우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서울대학병원 진료는 무료다.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은 법원의 판단과 별도로 환자의 건강에 대한 소견만 낼 뿐”이라며 “환자가 어떤 과목이나 종류의 진료를 받았는지는 밝힐 수 없다. 암환자가 아닌데 암병동에 입원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