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매해 700억~900억 원대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배당 규모는 매분기 250억 원 이상, 연간 1000억 원대다.
2015년과 2018년의 배당은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비난이 거세다. 2015년 ㈜두산은 연결기준 3912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912억 원을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1168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보고도 1023억 원을 배당했다. 올해 1분기에도 255억 원 규모의 배당이 실시됐다. ㈜두산 배당 성향은 40%대에서 500%대에 달할 만큼 매우 높다.
문제는 이러한 상식을 벗어나는 배당이 총수일가에게 대거 귀속된다는 점이다. 두산의 지분은 박정원 회장(7.33%)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45%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분에 따라 두산으로부터 매해 70억 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기고 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사진=우태윤 기자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두산건설의 재무악화가 주원인이다. 박정원 회장은 2005년부터 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 전신) 부회장을 역임한 뒤 2009년부터 두산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한때 두산건설 지분 1.14%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두산건설의 장기 적자가 지속되자 단계적으로 지분을 축소해 이달 현재 0.28%를 보유하고 있으나 여전히 총수일가 중 가장 지분이 많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여파로 국내 건설업계에 한파가 몰아치자 두산건설도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5517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1년 이후 매해 천문학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박 회장이 여전히 두산건설의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은 2012년 두산건설의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현재도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이 두산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은 두산건설의 장기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영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회장은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겸직한 이후 2016년 3월부터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두산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강력한 가족경영 원칙에 따라 박정원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날 경우 두산건설에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정원 체제의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참여와 두산중공업의 일부 사업부 양도를 통해 두산건설을 지원했지만 두산건설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두산건설 지원에는 중앙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중앙대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드러난 것만 2500억 원에 달하는 건설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에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월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두산건설은 2018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600%대로 악화됐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결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당초 목표에 1000억 원 이상 못 미치는 3150억 원 규모의 자금만 수혈했다.
두산그룹 관게자는 “공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때가 있다. ㈜두산의 배당은 주주친화 정책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두산의 지분을 압도적으로 보유한 총수일가는 없는 상황”이라며 “박정원 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건설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고 공시돼 있지만 사실상 경영에는 깊은 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총수일가 가족 경영 원칙에 따라 박 회장의 그룹 회장 이후 거취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