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컷. 사진=소니픽처스 제공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온전히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톰 홀랜드 분)만의 세계라는 것이 매력적이다. 앞선 ‘홈커밍’에는 아이언맨(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이 있었고,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으로 이어진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당연히 어벤저스가 있었다. 그들의 부재는 스파이더맨으로 하여금 온전히 혼자의 힘만으로 서게 만든다.
소년에서 영웅으로의 성장을 그대로 그린만큼, 스파이더맨의 솔로 액션을 기다려왔던 팬들의 기대는 넘치도록 충족될 것이다. 어벤저스 시리즈 그 이상으로 화려하고 압도적인 액션 씬의 스케일은 ‘화려하지만 절망적이지 않은 액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컷
축소된 것이 있다면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와 영웅의 사이즈뿐이다. 전우주적 스케일로 커졌던 전투는 이제 겨우 퀸즈를 벗어나 유럽으로 무대를 옮겼다. 5년이 지났어도 미성년자 신분인 피터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의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전투 범위의 최대한이 지구의 일부에 한정될 수밖엔 없어 보인다.
무대가 좁아진 만큼 ‘우주의 명운’을 걸었던 전투보다는 주인공인 피터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전편 ‘홈커밍’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자각하고 있던 피터와 MJ(젠데이아 분)의 애정 씬은 ‘엔드게임’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관객마저도 두 손을 마주 잡고 앓는 소리를 내게 만든다. 저마다 토니 스타크와 해피 호건(존 파브로 분)에 빙의해서, 있지도 않은 아들의 가슴 간질간질한 첫 사랑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컷
그러면서도 ‘파 프롬 홈’은 ‘영웅의 부재’라는 큰 틀을 놓치지 않는다.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리를 비운 영웅들에 대한 불안감,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가 발바닥에 달라붙은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세계의 미래를 16살짜리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정신 나간 짓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이들의 불안과 공포는 ‘넥스트 아이언맨’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언맨은 피터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파 프롬 홈’에서 그의 역할이 해피에게 계승되긴 했지만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이 될 수 없듯, 해피 호건이 토니 스타크가 될 수 없음도 당연한 일이다. 아버지이면서 조언자 역할을 한 ‘이상적인 영웅’의 부재는 피터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피터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 본 관객이라면 ‘엔드게임’의 트라우마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절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컷.
영화는 결국 ‘넥스트 아이언맨’을 찾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곁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과 함께 할 것인지를 묻고, 또 답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은 새로운 영웅 ‘미스테리오’ (제이크 질렌할 분)의 등장을 통해 피터에게도 주어진다. 그의 마지막 대답이 관객들의 답과 일치하든 그렇지 않든, 최소한 토니 스타크가 예상한 답과는 맞아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주제는 무겁다. 그러나 후반부 십 여 분을 제외하면 영화는 시종일관 즐겁고, 활기차다. 학교생활과 영웅 생활, 삶의 한 꺼풀을 시시때때로 뒤집어가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사춘기 소년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은 ‘스파이더맨’ 만이 낼 수 있는 틴에이저 히어로 무비의 맛이다.
‘홈커밍’에서 토니 스타크를 제외하고 피터의 유일한 이해자였던 네드(제이콥 배털론 분)의 역할이 다소 축소된 것이 아쉽지만, 영화를 보면 네드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드는 피터와 MJ의 풋풋한 연애와는 또 다른 ‘어른들의 연애’도 별미다. 이처럼 액션과 로맨스를 모두 즐긴 뒤에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 두 번째 쿠키영상을 놓치지 말 것. 129분. 7월 2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