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미선이 향년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발표회 당시 고인의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그의 비보가 들려온 것은 6월 29일 정오의 일이었다. 당시 전미선은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공연을 위해 전주의 한 호텔을 빌려 묵고 있었다. 전날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호텔로 다시 들어올 때까지 그에게서 어떤 이상 징후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전미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그의 매니저였다. 이튿날 전미선과 연락이 되지 않자 매니저는 호텔 측에 양해를 구해 객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전미선은 이미 숨진 뒤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객실 내에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전미선의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 측은 “전미선 씨가 올해 나이 50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소속사 역시 예상하지 못한 비보에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미선은 1986년 MBC 베스트셀러 극장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로 데뷔했다. 이듬해인 1987년, 명작으로 꼽히는 KBS 드라마 ‘토지’에서 봉순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전원일기’ ‘여명의 눈동자’ ‘태조 왕건’ 등 굵직한 드라마 작품에 출연해 왔으며, ‘황진이’와 ‘해를 품은 달’에서 인상 깊은 역할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에서도 그는 강렬한 조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 ‘살인의 추억’ ‘마더’ 등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뽐낸 전미선은 7월 24일 ‘나랏말싸미’의 개봉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이 점쳐지고 있던 차였다. 결국 ‘나랏말싸미’는 그의 유작이 된 셈이다.
2006년 결혼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 왔지만 지난 2015년 한 차례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의 남동생이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2015 SBS 연기대상’에서 일일연속극 특별연기상을 수상한 전미선은 남동생을 기리는 수상 소감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나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은 전미선에게 큰 상처로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미선의 사망 당시 현장을 수습했던 경찰은 “최근 가족 중 한 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어머니마저 병상에 누워 있어 우울한 감정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미선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7월 2일 오전 5시 30분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